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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버스터, 남코 황금기의 한 조각
당연히 추억은 없는 게임이었다. 재미로 패미컴 팩을 몇 개 일옥에서 낙찰 받았는데, 거기에 드래곤 버스터가 있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남코 기판을 구매하면서 황금기의 기판들이 눈에 들었지만, 가격이 다 굉장히 높았다. 아무리 대단한 게임이라고는 해도,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성만으로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기판을 구매하면서 몇 번의 좋은 기회를 만나고 결국 몇 개는 구매했다. 가격과 상태는 아주 좋았다.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드래곤 버스터는 보이는 것처럼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다. 그런 게임들이 노리는 미덕은 바로 조작하는 즐거움이다. 이 게임이 최초로 2단 점프를 시도했다는 것은 굉장히 유명한데, 실제로 게임이 오락실에 등장했을 때는 그 기술은 ..
2024.11.15 -
아케이드 기판, 연사 버튼에 대하여
얼마 전, 자주 가는 카페에서 예전 오락실 게임에 연사 버튼 사용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설문 조사가 올라왔다. 갑론을박 의견이 나뉘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사용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주의다. 단, 연사버튼을 사용했다면, 자신의 게임 경험이나 결과를 이야기할 때 꼭 명시해줘야 한다. 그것은 어떤 게임을 원코인 클리어했다고 쓸 때 난이도가 이지였는지 디폴트인 노멀이었는지를 알려야 하는 것과 같다. 물론 개인이 재미로 오락실 게임 한 번 하고 대충 재밌었다고 쓰는 글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아직도 아케이드 게임의 하이 스코어를 집계하는 해외 및 국내 여러 커뮤니티가 있고, 이스포츠는 아니지만 그만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현실에서 혼자 즐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2024.11.14 -
마법 대작전(Sorcer Striker), 교양 대작전
토아플랜이 망한 시점에 탄생한 라이징에서 발매한 게임이다. 토아틀랜의 스태프들이 합류했다지만, 딱히 여기에 토아플랜의 향이 진하게 난다는 느낌은 없다. 이 게임이 우리나라에 꽤 깔렸다는 것은 분명하게 기억난다. 이시절에도 나는 게임의 일러스트를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었는데, 당대 게임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아트웍과 일러스트를 보여줬다. 이런 라이징의 쿨한 일러스트는 서양 코믹같은 느낌이 더해지면서 배트라이더나 창궁홍련대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그러나 세가의 폴리곤 게임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2D 슈팅 게임들처럼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즐기긴 했지만, 원코인에 도전할 정도로 깊게 빠지진 않았다. 내 게임의 원류가 오락실 게임이고, 내 태초의 오락실 게..
2024.11.13 -
뉴넷시티, 올드스쿨의 정수
어제 뉴넷시티를 하나 더 구매했다. 그동안 컨박과 방모를 이용해서 즐기던 세로 슈팅게임을 위해서다. 사실 그렇게 즐기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와이프가 차라리 한 대 더 놓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게 도화선이 됐다. 대다수의 기판 게이머가 그렇듯, 또 다시 내 방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분명히 자제했고, 이전에 비해 구매를 엄청 줄였는데도, 게을러서 그랬는지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무조건 방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고 싶었다. 그런 고민 중에 자주 가는 카페에 매물이 떴고 가격이나 상태 모두 좋아 보여서 기분 좋게 구매했다. 아무래도 지방이라 구매의 어려움은 배송이었다. 용달을 섭외하고 가격을 흥정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어지간..
2024.11.12 -
바이오 하자드, 내게 좋은 바이브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좋아했다. 처음에는 캡콤 게임이라서 찾아 했었다. 스토리는 정말 구렸지만, 서브컬처에서 좀비라는 아이템을 대중적으로 만들었던 만큼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좀비 영화 감독인 조지 a 로메로의 세계관을 많이 차용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창작자에게 인기가 많았고,그로인해 일본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거장이다.미카미 신지가 바하시리즈를 플스에서 게임큐브로 전격 이적하면서 발매됐던 모든 작품을 큐브로 이식해 줬다. 물론 이후에 미카미의 의지랑 상관없이 플스 2로 바이오하자드 4를 이식하면서 화가 난 미카미뿐 아니라 당대 캡콤의 중흥을 이끌었던 많은 직원들이 캡콤을 떠난다. 그리고 한동안 캡콤이 개껌, 돈콤이라고 불리는 암흑기가 시작됐다. 당시 게임큐브를 사고, 지금은 조금 ..
2024.11.11 -
반백살 게이머, 침묵의 바다에서
성인이 되고 얼마만에 생일 케익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올 여름 휴가를 맞춰 처가와 물놀이를 갔는데, 저녁에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가족들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줬다. 케익의 디자인은 처제와 동서였다. 아주 만족한다. 나는 덕후로 태어난 사람이다. 뭔가 편집증 같은 것이 어릴 적부터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그걸 느낀 것은 물건을 사면 사소한 택이나 포장, 광고 전단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다. 그런 커뮤니티에 가면 배워서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그냥 날 때부터 그게 그냥 좋아서 잘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인생, 뭔가를 너무 좋아하다 그것을 잃었을 때의 큰 아픔을 겪고는 일부러 어떤 것에도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중독..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