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

스파이더맨, 캡콤에게 가지 그랬어

매드 포엣 2024. 11. 21. 12:10

 

기판 자체는 그럭저럭 봐줄만한데, 롬의 상태가 별로다.
메인보드를 여분으로 한 장 정도는 갖고 싶었다.
클래식한 아메코믹을 게임화 했다.
고생왕.
그나마 수렁에서 건지다만 블랙캣.
뭔가 정신 나간 사무원같은 느낌.
보기엔 그럴듯한데...
블랙캣 예쁨.
아침에 신문 주으러 나가는 할아버지 같다는 스파이더맨...
주인공과 악역이 난형난제.

세가 시스템 32 게임 중에 골든액스 2가 있는데, 벨트 스크롤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아쉽게도 컨버전으로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 32가 귀해서 도너로 쓸 겸 저렴하게 구매한 스파이더맨이다. 
 
시스템 32는 기술적으로는 정말 대단한 기판이다. 단 이 게임이 지향하는 바가 클래식 스파이더맨이라 캡콤처럼 현대적인 해석 없이 오리지널을 재현하는데 그쳤는데, 엉성한 클래식 아메리칸 코믹의 액션성을 그대로 반영해 액션게임으로 완성도는 절대 높다고 할 수 없다. 
 
게임의 주요 타깃이 동전을 마구 넣고 즐기는 북미 게이머였는지, 게임의 난이도 역시 불합리하다. 체력자체가 낮고 플레이어가 딱히 숙련할 기술조차 몇 개 되지 않는데, 캐릭터별 특성도 별로 없고 다 거기서 거기라 파고들 거리까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신기할 정도로 재현도가 높은 멋진 그래픽의 게임이라 지금의 마블 인기를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게임이다. 
 
기판은 몇 번이나 만났지만, 게임성이 아쉬워서 미루다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서 구매했다. 싸게 구매해서 좋아했는데, 판매자가 같은 기판을 몇 장 가지고 있었는지 상태 더 좋은 녀석이 계속 나와서 조금 속이 쓰렸다. 
 
적이 죽을 때 내는 소리도 이상하고, 게임을 하다 보면 중간에 뜬금없이 쿼텟의 음악이 나오는 것도 정말 깨는 장면 중에 하나다.(이게임이 4인용/콰트로/이고 쿼텟같은 횡스크롤 액션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어서 오마쥬로 넣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봐도 이쪽이나 저쪽이나 재능낭비로 보이는 게임이다. 타사의 게임을 보고 조금만 다듬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걸작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 괴상한 기획으로, 그걸 또 쓸데없이 열심히 해서 말아먹은, 아케이드 역사에 참으로 아쉬운 한 장면이다. 
 
근데, 그래야 내 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