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캡콤에게 가지 그랬어










세가 시스템 32 게임 중에 골든액스 2가 있는데, 벨트 스크롤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아쉽게도 컨버전으로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 32가 귀해서 도너로 쓸 겸 저렴하게 구매한 스파이더맨이다.
시스템 32는 기술적으로는 정말 대단한 기판이다. 단 이 게임이 지향하는 바가 클래식 스파이더맨이라 캡콤처럼 현대적인 해석 없이 오리지널을 재현하는데 그쳤는데, 엉성한 클래식 아메리칸 코믹의 액션성을 그대로 반영해 액션게임으로 완성도는 절대 높다고 할 수 없다.
게임의 주요 타깃이 동전을 마구 넣고 즐기는 북미 게이머였는지, 게임의 난이도 역시 불합리하다. 체력자체가 낮고 플레이어가 딱히 숙련할 기술조차 몇 개 되지 않는데, 캐릭터별 특성도 별로 없고 다 거기서 거기라 파고들 거리까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신기할 정도로 재현도가 높은 멋진 그래픽의 게임이라 지금의 마블 인기를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게임이다.
기판은 몇 번이나 만났지만, 게임성이 아쉬워서 미루다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서 구매했다. 싸게 구매해서 좋아했는데, 판매자가 같은 기판을 몇 장 가지고 있었는지 상태 더 좋은 녀석이 계속 나와서 조금 속이 쓰렸다.
적이 죽을 때 내는 소리도 이상하고, 게임을 하다 보면 중간에 뜬금없이 쿼텟의 음악이 나오는 것도 정말 깨는 장면 중에 하나다.(이게임이 4인용/콰트로/이고 쿼텟같은 횡스크롤 액션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어서 오마쥬로 넣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봐도 이쪽이나 저쪽이나 재능낭비로 보이는 게임이다. 타사의 게임을 보고 조금만 다듬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걸작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 괴상한 기획으로, 그걸 또 쓸데없이 열심히 해서 말아먹은, 아케이드 역사에 참으로 아쉬운 한 장면이다.
근데, 그래야 내 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