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가정교사, 이케나이 루나선생







표현의 자유에 굉장히 너그러운 일본 만화계에도 몇 번의 큰 사건이 있었는데, 단연 첫 번째는 나가이고의 파렴치 학원 사건 일 것이다. 소년점프에 연재하면서 우리 정서로는 거의 성인 만화 수준의 음담패설이 패기 넘치는 만화로, 당연히 일본 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압력을 받아 연재 종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가이고의 대다수 만화가 외설적이고 과격해서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그렇다. (물론 나는 국딩시절 엄청 재밌게 봄)
그리고 수십 년 후에 이번에는 일본 청년지에 연재했던 만화들에 큰 철퇴가 내려지는데, 그 계기는 학원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성적인 콘텐츠가 특히 문제가 됐다. 일본의 어머니회를 중심으로 불거진 이 사건으로 청년지에 연재했던 만화들도 수위에 따라 성인 딱지를 붙이며 판매와 유통에 제재가 생겼다.
하도 오래전이라 나도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이런 사건으로 내가 좋아하던 매드불 34 같은 만화도 원래는 영점프에 연재하고 단행본이 나왔지만, 이후 재 출간은 영점프 코믹스가 아닌 다른 출판사의 성인 코믹스로 딱지가 붙어서 발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여튼 그런 사회적 문제가 생기면서 단속 대상이 됐던 만화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케나이 루나선생이란 만화다. 신임 여선생이 마침 주인공의 집에서 하숙하게 되는데, 성적인 호기심이 아주 많은 이 주인공이 학업에 도통 관심이 없자, 여선생이 자신의 섹시한 바디를 이용해 공부를 가르친다는 그렇고 그런 섹시 코미디 만화인데, 단속에 제대로 휘말려서 전량 회수됐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에서는 구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아주 흔한 만화도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우리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텐데, 놀랍게도 그 만화가 국내에도 발간 됐었다. 그것도 당시 다른 대다수의 일본 만화들이 검열로 인해 엉망진창으로 발간된 것과 달리 아무런 삭제나 검열 없이 깔끔하게 나왔다. 단 전권은 아니고 에피소드를 선별해 상하 두권이었다.
나는 우연히 이 만화를 고딩시절, 허름한 할아버지가 하는 만화가게에서 발견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할아버지를 살살 꼬셔서 구매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 국내판 만화를 봤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카페에서 이 만화의 일본판을 어릴 적에 봤는데 제목이 궁금하다는 사람에게 대답해 주면서 오랜만에 방을 뒤져서 책을 꺼냈다.
세상이 워낙 넓어 누군가는 더 좋은 상태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나 외에는 아무도 이 만화의 존재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데이터화 되어 언제든 무엇이든 찾아 볼 수 있는 지금의 또렷한 세상이 단연 살기 편하지만, 80년대의 흐릿함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여기 저기 깃들어 매일 매일 무엇을 만날까 설레고 신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