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텟 2, 나와 함께!



이상하게 세가 게임을 많이 소개하는데, 내 어린 시절에는 그만큼 세가의 영향력이 컸다. 세가는 직영 오락실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게임을 스스로 제작, 퍼블리싱했다. 그중 쿼텟은 세가의 초창기가 얼마나 세련됐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도 상상하기 힘든 4인용 게임이었으며, 단순히 색만 바뀌는 캐릭터가 아니라 생김새부터 각각의 성능이 다 다르다. 그래픽은 지금 봐도 멋진 디자인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색감이다. 음악이 또 대단한데, 이 당시 세가 게임음악은 그 시대 일본의 트렌드를 담았을까, 음악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대중문화를 상상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의 세가 음악을 몹시 좋아한다. 그 중 쿼텟과 판타지존이 특히 맘에 들어서, 내 폰의 벨소리로 해놓을 정도다. 쿼텟의 음악은 스테이지마다 몇 개의 음악이 있다. 그중 어느 것 하나 뒤쳐지는 게 없다는 거, 점입가경이랄까 음악이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서서히 절정으로 이끈다. 음악의 쾌감이 장난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게임은 쿼텟이 아니라 쿼텟2다. 게임 내용에서의 차이는 없고, 쿼텟 1은 4인용이지만 캐릭터의 자리가 고정돼있었는데, 2는 그걸 2인용으로 바꾸고 어떤 캐릭터도 고를 수 있다. 사실상 4인팟보다는 2인팟을 권장하는 대중성을 위한 업데이트다.
수집 목록에 있던 게임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싸게 매물을 만나서 구매했다. 막상 구매해서 구동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 게임을 나보다 좋아하고 잘했던 어릴적 친구가 갑자기 생각나서 그랬을까. 우리 동네에서는 아주 잠깐 가동했고 금방 사라졌지만, 친구네 동네에 놀러 가면 있어서 자주 구경했다.
그 녀석 하곤 에일리언 2를 함께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하교하고 마지막 회를 봤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 아버지가 극장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찾았다. 당시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군복조차 벗지 않고, 아들 걱정에 극장으로 나선 것이다. 그리곤 택시로 친구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택시 안은 조용하고, 안전했다.
그날의 아버지처럼, 나는 그렇게 묵묵히 사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