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

드래곤 스피릿, 데어 윌 비 오리진

매드 포엣 2022. 6. 29. 19:14

 

오리지널을 몇 번 놓치고 컨버전을 구했다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세척하니 그나마 봐줄만하다
두 개의 드래곤

드래곤 스피릿이 남코 유명 게임이란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대단하던 남코가 어째 이런 게임밖에 못 만들었을까였다. 시간이 지나고야 알았지만, 내가 살던 촌 동네에는 남코 황금 시절의 호화로운 게임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일단 당대 남코의 기판들은 비쌌고, 카피하기 힘들었으며 관리하기 까다로웠다. 그러므로 대다수의 복사 기판이나 돌리던 지방의 한적한 오락실에서 남코의 걸작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겐 남코란 어느 날 사라진 천재 아이 같은 존재였다. 그 아이는 대체 뭘 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고 아케이드 역사를 다시 훑는 과정에서 남코는 역시 엄청났고! 대단했으며! 천재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남코의 중흥기에 몇 번이나 연작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었으니, 오락실 뿅뿅 게임 역사에서 찬란한 빛을 도도하게 뿜어대는 걸작 드래곤 스피릿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뭐 그딴 드래곤 스피릿이 남코의 걸작이라고? 나는 몇 번이고 반문했다. 내가 본 그 게임은 그래픽은 단순하고, 게임성은 단조로우며 피격 판정은 엄청 큰 굉장히 재미없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오해는 시간이 지나서 오락실 버전이 아니라, 당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PC엔진 버전이었다는 것을 알고 풀렸지만, 그래도 내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 오리지널이 있었다. 마치 제비우스가 슈팅 게임의 역사에 천지개벽처럼 등장한 것처럼 드래곤 스피릿은 현대적 슈팅 게임의 서막이었고, 오메가였다. 그래픽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 매 스테이지의 새로운 구성은 이후에도 이런 게임이 있나 싶다. 볼륨도 엄청나서 대작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모든 이들이 극찬하는 사운드, 슈팅 게임에서의 사운드는 게이머의 심장박동을 최고수치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장치로서 슈팅 게임의 3요소 중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뭐 명곡의 향연에 입이 안다물어진다.

드래곤 스피릿을 하고 나서 나는 정신이 얼얼해졌다. 이 안에 마법 대작전이, 재미니 윙이 있다. 당대부터 후대까지 이 게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나? 그럼에도 후발주자들이 결코 넘지 못하는 오리진의 높고 강한 성벽을 보라. 남코의 황금기는 넘사벽이라 수많은 게임 제작자들을 질리게 했다고 들었다. 저 위대한 미야모토 시게루 조차 질투했다는 남코의 황금기, 이후의 남코는 얼마나 큰 짐을 졌던 걸까? 그리고 이어진 남코의 다음 세대는 거기에 뒤지지 않는 걸작을 최소한 하나는 만들었다. 드래곤 스피릿은 내 예상보다 더 큰 존재다.

이 게임이 완성되는 날 제작자들은 축배를 들었으리라. 여기 근대에서 현대로 가는 문을 연다.

경배하라! 그 문밖은 화려할 것이고, 아름다울 것이다.

경고한다! 누구든 이 문을 넘어서면 다신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