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

Fire shark, 균형과 퉁퉁이의 노래

매드 포엣 2023. 6. 18. 15:37


국내에서 파이어샤크 기판을 타이틀 화면에 아주 작은 글리치가 있다는 이유로 조금 싸게 샀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타이틀 화면 말고도 게임 중에 그 글리치가 보였다. 특정한 부품 하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게임을 하는데 아아주 가끔, 작게 보이는 정도라, 거슬리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요즘 한창 빠져있는 게임이고, 완전히 반해버려서 처음 그대로 즐기려는 계획과는 달리 별 문제 아니라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미세한 문제를 국내에서 고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럴 수 있다면 벌써 고쳐서 팔았지 싶었다. 그래서 고치는 건 고치는 거고, 하나 더 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가 무섭게, 거짓말처럼 해외에서 파이어샤크 판매 글을 발견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쌌는데, 문제는 판매자가 기판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기판 구동에 대한 설명이나, 상태에 대한 설명이 전무했고, 심지어는 제품 설명에 다른 물건의 설명이 편집 실수인양 엉터리로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최근 기판 시장의 동향이라면 득템의 경우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물건들도 그렇지만 개꿀이란 게,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똥멍청이 호구가 되는 것이라, 요즘에는 일부러 물건의 가치를 모르는 척 정크를 올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싸게 나온 물건이지만, 그나마 올린 사진을 유심히 살펴봤더니 상태가 제법 좋아 보였다. 아예 거짓으로 사진을 올린 게 아니라면 틀림없이 양품이었다. 그럼에도 찝찝해서 가격을 낮춰서 오퍼를 넣었는데, 판매자가 하루 정도 지나서 오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비싼 구매대행료를 지불했고, 결국 물건이 도착했다. 두근두근.

세상에나 보이는가! 마퀴와 함께 온 파이어샤크 기판 뽁뽁이에 써있는 워킹!
Fire shark working! 만세!
롬스타에 시리얼 등록하러 가야겠네.
내가 가진 기판들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상태다.

결과는 아주 상태가 좋은 물건이었고 구동에도 아무 문제없었다. 윗면은 롬씰 조차 새것처럼 깔끔했다. 아쉽게도 뒷 면에는 세 개 정도의 미세한, 아주 작은 파임이 있다. 그냥 고쳐 쓰는 것보다는 당연히 큰돈을 들였지만, 걸작이라고 몇 번을 외쳐도 손색없는 작품이라 부품용으로라도 하나 더 구비하고 싶었는데, 일본 시장 수준의 물건이라니! 게다가 저렴해! 환상적인 결과다.

나는 그다지 운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서, 이런 일을 저지를 때는 늘 기대치를 한껏 낮춘다. 세상의 이치가 호락호락하지 않아, 늘 좋은 일만 있거나 반대로 나쁜 일만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굿컨디션이라길래 산 부품용 기판 하나가 아주 걸레짝으로 온 적이 있었다.  일부러 사진 조명까지 이용해 녹을 숨겨서 찍은 놈이니 잡범이 틀림없다. 그 스페인 놈에게는 아주 걸쭉한 저주를 퍼부어 주었다. 그런데 다른 일이 이렇게 풀리고 나니 그놈을 조금은 용서해 줄까는 개뿔, 감히 닉조차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라에몽을 쓰는 놈을, 퉁퉁이 노래만도 못한 그놈을! 평생 미워할 거다.

하여튼 한 장은 교교교, 한 장은 파이어샤크, 이 또한 균형 맞게 즐길 수 있다. 걸작에 어울리는 위대한 해피밸런스랄까. 쿄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