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

자이러스, 시간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매드 포엣 2023. 7. 24. 10:29

 

자이러스 카피기판이다.
정품과 거의 같아보이지만, 의외로 롬의 순서등이 달랐던 기억이 있다. 아닐지도...ㅋㅋ
1983년? 높은 완성도긴 하다.
스테이지를 끝내면 워프하는데, 그 과정이 타임파일럿과 닮았다.
가운데 적들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아유레디?


오카모토 요시키가 코나미에서 작업한 두 번째 작품이다. 게임은 그가 존경하던 남코의 갈라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체가 구석에 몰렸을 때 부조리하게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기체가 360도 회전하는 컨트롤 방식을 채택했다. 이것은 원의 중심에서 360도 회전하는 타임파일럿의 역으로, 원의 중심을 밖에서 360도 회전하는 개념이다.
 
이 방식의 컨트롤을 선택함과 동시에 원의 중심에 소실점을 두어 가상 3d 방식을 채택, 적들이 내 뒤에서 등장해서 서서히 작아지며 화면의 중심에 갈라가식으로 자리를 잡는다. 
 
갈라가를 벤치마킹한 만큼 적들의 트리키한 움직임이나 게임구성에 보너스 스테이지가 있는 등 여러 면에서 닮았다. 음악은 당시 코나미의 다른 게임들이 클래식과 팝을 인용했던 것처럼,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란 곡을 썼는데, 이게 굉장히 잘 어울려서 게임의 박력을 더한다. 
 
단지 아쉬운 점은 갈라가가 지금 해도 변치 않는 게임성과 중독성으로 여전히 빛이 나지만, 자이러스는 3d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한 애니메이션 때문인지 프레임이 다소 불안해 눈이 피곤하다.
 
360도 회전하며 가운데 작은 적을 맞추는 매커니즘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판정이 있다. 이게 이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인지 아니면 게임 사양 문제로 프레임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는 더 해봐야 알 것이다. 
 
게임은 어린 시절에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살던 동네가 아니라 다른 동네에 놀러 갔다가 했는데, 그 시절에도 "와 이거 갤러그랑 비슷하다"라고 생각했다. 갤러그도 그렇게 깊게 즐기지 않았던 만큼 금방 내 선택과 기억에서는 사라졌다. 
 
그래서 구매리스트에 있던 게임은 아니었는데, 카페 활동하며 친해진 친구가 이 게임을 고민중이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해외 셀러에게 구매했다. 워낙에 신세를 많이 진 친구라 구매해 양도할 요량이었지만, 카피기판이기도 하고, 그 친구도 여러 사정과 자신만의 비전이 있어 내가 소장하게 됐다. 이 기판은 복사라도 가격이 싸지 않지만, 만듦새나 상태가 좋아서 굉장히 만족한다. 
 
자이러스는 일본과 아시아지역에서는 실패했으나 시끌 벅적하게 코인러시로 즐기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미국 아케이드 문화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나름 성공했다. 그래서 가끔 유튜브 등을 통해 아직도 이 게임을 즐기며 스코어 경쟁하는 서양 게이머를 볼 수 있다. 
 
아케이드 게임의 매력은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나치는 누구라도 동전을 집어넣고 도전해 볼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매니악해진 아케이드 시장이 왜 저물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최신의 콘솔게임부터 80년대 초반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의 본질에 더 다가가고, 그 곁을 배회했던 내 삶의 본질 역시 함께 찾아가는 중이지만, 결국 내 오락실은 죽었다는 사실처럼, 나 역시 언젠가는 저물수 밖에 없다.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내 마음의 고향을 찾았지만...

나는 무엇을 안고 죽을까.
나는 무엇을 남기고 죽을까.

조금 더 치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