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 환영의 역습









그렇게 동경했던 게임 뱀파이어였지만, 이 기판을 만날 일은 없었다. 워낙에 국내에서 죽을 쑨 게임이라 정품은커녕 컨버전조차 못 봤다.
그러던 와중에 기판 카페에서 뭔지도 모르고 일판 오리지널을 소장한 소장가가 올린 포스팅을 보았다. 그리고 다크 스토커즈의 속편인 뱀파이어 헌터 기판에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전 소장자의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거기에는 [신의 게임]이라고 적혀있었다.
하하 왜 아니겠는가.
그 포스팅을 통해 전 소장자를 생각하며 그 사람과 온종일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상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같이 게임을 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을 거쳐, 기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게이머들이 단지 자신만의 경험으로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겨루면서 그 과정 전체가 인생의 일부가 되고, 합쳐져 시대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포스팅을 본 그날 밤, 누워서 여러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긴 밤하늘을 거슬러, 30년 전의 세월로 돌아가 그 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잘 살고 있겠지. 그 때 우린 열정과 정의감이 넘쳤지만, 그만큼 서툴렀다.
기왕에 기판 취미를 하는 것 의미있는 것을 구하고 싶어졌다. 모두 다 사면 좋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고심 끝에 결론을 냈다. 다크 스토커즈는 싸게 구할 수 있지만, 첫 번째 작품이라 미완에 가까워서 배재하고, 최종작이라고 할 수 있는 뱀파이어 세이비어는 롬셋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즐겼던 다크 스토커즈와는 여러모로 다르게 너무 진화한 게임이라, 비교적 다크 스토커즈에서 조금 덜 발전해서 많이 닮은, 그러나 완성작이라고 할 수 있는 뱀파이어 헌터를 구매하기로 했다.
게다가 뱀파이어 헌터에는 제목처럼 그들을 사냥하는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하는데, 그 캐릭이 도노반이다. 나는 이 캐릭을 진짜 좋아해서 얼마나 따라 그렸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의 내 졸렬한 그림체에는 아주 작게나마 이 캐릭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기판을 받는 날에는 굉장히 떨렸다. 비싸거나 상태가 좋다거나 귀하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여기 고스란히
어수룩하지만 찬란했던, 우리들의 청춘이, 사랑이, 우정이 그리고 상처가 뭍어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