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암스, 전격 합체하라


내 어린 시절 최고의 게임회사라면 당연히 캡콤인데, 그중에서도 사이드 암스는 좀 더 특별했던 추억이 있다. 동네에서 이 게임을 최초로 원코인 달성했던 것이다. 그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후에 동네에서 제법 떨어진 오락실에서 내 플레이를 카피하는 게이머를 보았을 때 정말 짜릿했다.
물론 나는 매니악한 플레이어가 아니어서 완벽한 플레이나 고득점 플레이를 추구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원코인을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나만의 버릇이나 특징이 있었는데, 그걸 고스란히 따라 하는 것을 본 것.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은 플레이어들의 루트에 따라 내 플레이는 잊혔지만 그래도 그 감동은 선명히 남아있다.
것과는 별개로 약 30년 만에 기판으로 다시 잡아 본 사이드 암스는 처음엔 믿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이걸 내가 어린 시절에 원코인을 했다고? 그것도 꽤나 쉽게 동네에서 최초로?
그런데 몇 번의 낙담과 달리 바로 다음 날에는 거의 엔딩 부분까지 도달해서 살짝 놀랐다. 아무렴 어린 시절보다 순발력은 좀 떨어져도 게임에 대한 이해력은 더 올라갔는데, 더 못하는 건 납득이 안됐지.
하여튼 3일 째는 대단원의 원코인을 했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 있던 걸작 사이드 암스는 수작 정도로 위치가 하락한다.
이 게임은 좋은 부분이 많지만, 지루할 정도로 보스의 반복이 심하고, 그라디우스를 벤치마킹한 부분이 너무 노골적이다.(솔직히 나중에 그라디우스를 플레이하곤 많이 놀랐다) 어린 시절에는 그라디우스 같은 것 몰랐으니, 사이드 암스가 최곤 줄 알았지. 기본기가 좋고, 야심 차게 만들었지만, 내실이 부족한 셈.
그래도 박력 넘치는 오프닝 출격신부터 원코인 엔딩에 필수 불가결한 합체의 매력,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불후의 사운드 트랙은 오락실을 다녔던 모든 꼬마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리고 로봇이라는 마력과 합체라는 주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사이드 암스 합체하라! 소년! 마음이 요동치는가!
뒤에 덧붙인다. 2022년 7월 2일 전 캡콤 디렉터 오카모토 요시키 유튜브 채널에 사이드 암스 비화를 방송했는데, 그라디우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