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

최후의 인도, 츠키카게는 무엇을 남겼나

매드 포엣 2024. 10. 20. 08:11

높은 완성도에 반해, 정품기판, 복사기판, 피시엔진 이식작까지 구매했다.

즐겨가는 카페의 회원이 최후의 인도 기판을 구매했다는 글을 올렸다. 높은 가격이지만, 그만큼 지불해도 괜찮은 멋진 기판이다. 문득 이전에 생각해 뒀던 조금은 파격적인 가설을 정리해야겠다.

최후의 인도는 명작의 산실이었던 아이렘 m72 기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아이렘은 수십 년 동안 그 시절에 만들었던 알타입과 최후의 인도에서 그다지 멀리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알타입이 수많은 변종과 아류들이 만들어지면서 게임사에 꾸준히 거론되는 것과는 달리 그만큼 위대했던 최후의 인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기판을 수집하면서 건포스라는 게임을 구하고 나서다. 상태가 엉망이어서 값싸게 구매한 아이렘 M92 건포스, 구동해 보니 놀랍게도 건포스는 최후의 인도를 밀리터리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도트 분위기나 배경의 디자인 그 느려터진 점프나 전투 구성들, 최후의 인도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이렘의 다른 작품으로 탄생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최후의 인도와 달리 어설프게 만들어서 게임사에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사라진 건포스였지만, 그 건포스의 두 번째 작품이 지오스톰(건포스2)이고, 지오스톰이 역사에 남을 명작 런앤건 게임의 모태가 됐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최후의 인도에서 출발한 혈통이 건포스로 이어져 지오스톰을 거쳐 종국에 도달한 작품이 바로 그!

메탈슬러그라면?

그렇다. 최후의 인도, 츠키카게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미 돌아왔던 것이다. 아이렘이 망하고 SNK로 이적했지만, 아케이드 역사에 나스카처럼 신비로운 지상화를 남기고싶은 그들의 열망은, 츠키카게의 유전자를 따라 운명처럼 메탈슬러그로 이어졌다.

최후의 인도, 엔딩에서 츠키카게는 하얀 늑대로 변해 다른 늑대의 무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언제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는데…

놀라운 인과의 사슬을 타고, 츠키카게는 그 이름에 걸맞는 거물로 돌아와 약속을 지켰다.

최후의 인도는 최초의, 메탈슬러그이며
메탈슬러그는 최후의, 닌자 스피릿이다.



덧글: 이 망상을 수년 동안 생각하다가 정보 수집차 유튜브에서 일본의 건포스 동영상을 보는데, 코멘터가 최후의 인도 이야기를 꺼내며 굉장히 닮은 구석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의 유레카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믿거나 말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