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하자드 4와 캡콤 아케이드의 상관 관계

최근 바이오 하자드 4 리메이크의 프로페셔널 난이도(최고 난이도)를 S+ 로 엑스박스와 ps5 모두 클리어 했다. 오리지널 바이오 하자드 4를 좋아해서 버전 별로 몇 개를 사고, 몇 번이나 깼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많이 했기 때문에 사실 리메이크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하면 할 수록 재미있고, 오기가 생겨서 결국에는 양기종 최고 난이도, 최고 등급에 도전했다.
이전에는 스스로 계속 도전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클리어했는데, 게임할 시간이 많지 않아, 유튜브 가이드를 참고했더니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힘들었다. 알고도 숙련의 어려움이 오락실 게임의 특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바이오 하자드 4가 오락실 게임과 상당 부분 유사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나는 미카미 신지가 오리지널 바이오 하자드 4를 제작할 때 마메(당연히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일컫은 것이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하여 나온 바이오 하자드 4의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 파이널 파이트의 규칙처럼 무적의 액션 시퀀스, 캡콤 아케이드 게임에서 등장하는 뜬금없는 상점, 건슈팅 게임을 연상시키는 사격장, 레일 건슈팅을 빼닮은 광산에서의 광차 스테이지등 캡콤 아케이드 전성기와 오락실 게임에서 받은 영향은 엄청나다.
그렇게 나온 콘솔 게임 바이오 하자드 4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말했듯 그 근간에 캡콤의 오락실 게임 구력이 중추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 것이다. 무슨 오락실 게임 만능주의를 지껄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사실인 것을 어쩌란 말인가. 미카미 신지 밑에서 바이오 하자드 2, 데빌 메이 크라이, 뷰티플 죠, 베요네타등의 걸작을 만들었던 디렉터 카미야 히데키는 아예 회사 자신의 책상에 오락실 기판을 가져다 두고 지냈고, 지금도 본토에서는 유명한 기판 수집가이자 플레이어다. 최근에는 계약 문제로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데, 직접 오락실에 들러 그라디우스 원코인 클리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바이오 하자드 4가 나오고 수많은 아류작이 나왔지만, 몇 개의 작품만이 역사에 남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캡콤 아케이드의 진한 노하우 없이 어찌 따라 할 수 있었겠는가.
실은 내가 최신 게임에서 이탈해 다시 오락실 게임에 빠져든 계기이기도 하다. 모든 게임의 원점에 가까운 코어들이 오락실 게임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락실 게임은 작금의 게임들처럼 중언부언 서론이 길지 않다. 재미의 본질이 얕을수록 그것을 꾸밀 장치가 필요한 법이다.
나는 오락실 게임은 레트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게임이 레트로면, 바둑, 장기, 수많은 스포츠가 레트로인가? 주류에서 벗어났을 뿐, 오락실 게임은 동전을 넣고, 스타트를 누르는 순간부터, 현역이고 승부다. 당연히 지금도 다른 스포츠처럼 많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오락실 게임에 하이 스코어를 목표로 도전 중이다.
잠시 멈춤이 없는, 모든 것이 날 것으로 도전하고, 경쟁하는 세계, 내가 오락실 게임을 사랑하는 이유다.
덧글: 글을 며칠 전에 쓰고 수정 후 포스팅 하려고, 저장해 뒀는데, 오늘 오리지널 디렉터 미카미 신지의 리메이크 바이오 하자드 4에 대한 감상이 떴다. 그는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하면서, 특히 주인공과 적들의 전투 메커니즘에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세밀한 균형과 조정이 캡콤의 오락실 짬바를 말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