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임들

젤다의 전설, 무쥬라의 가면

매드 포엣 2024. 11. 8. 16:49

 

메모리 확장 팩, 속칭 하이레조팩 동봉판이다.
젤다의 세계관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군을 제대하고 처음으로 콘솔을 샀다. 당시 가장 하고 싶었던 사립저스티스학원을 위해 벼룩시장을 뒤져 정말 낡은 플레이스테이션 1을 속아서 구매했다. 당시 판매자로 오락실에서 함께 버추어 파이터 1을 하던 경쟁자가 나와서 놀랐는데, 원체 인상이 별로여서 게임을 하면서도 교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만나서 물건 팔면서 하는 이야기의 대다수가 뻥이었고, 알고 보니 물건도 완전 폐급이었다.

그렇게 속아서 산 물건이었지만, 정말 재밌게 즐겼다. 당시 2d 격투 게임을 대학가에서 넘버원으로 잘하던 후배와 같이 격투 게임을 하면서 진짜 밤새 두드려 맞았지만, 집에서 오락실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도무지 시디를 읽지 못하는 플스 1을 고치고 복사 시디를 사기 위해 물어물어 갔던 용산 두꺼비 상가. 콘솔에는 전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 저기 걷다 우연히 마주친 10인치 브라운관 속 오프닝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 아름다운 선율과 서정적인 비주얼, 가게 안에서 사장이 나와서 구매를 추천했다.

내 손에는 어느새 중고 닌텐도 64와 지지대 없이 내용물만 있는 곽팩 시간의 오카니라가 들려있었다.

하숙방에 돌아와서 들어 본 적 없는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운명적인 내 젤다 사랑과 진정한 콘솔 게임 역사가 시작됐다.

그전까지 오로지 오락실 게임만이 최고라며 콘솔은 오락실 게임의 이식작이나 하는 기기라는 내 편협한 상식을 완전히 박살 낸 게임이었다. 나는 갓 태어난 신생아의 걸음마처럼 어렵게 게임을 진행했는데, 매 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후반부에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즐기면서 종국으로 갈수록 콘솔 게임이 영화나 소설, 음악과 다른 결의 위대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장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후 거치형으로 나온 모든 젤다를 즐겼지만, 유일하게 즐기지 못한 게임이 바로 무쥬라의 전설이었다. 뭐랄까 당시의 짧은 콘솔 게임 경력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게임이었다. 그래서 늘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오래전 오락실 기판을 구매하고 즐기며 나만의 타임라인으로 게임을 즐기는 지금,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때마침 아날로그사에서 닌텐도 64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실기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이다. 오리지널 실기도 있지만 당연히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