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

마법 대작전(Sorcer Striker), 교양 대작전

매드 포엣 2024. 11. 13. 11:37

 

롬씰이 아쉽지만 기판 상태는 좋다.
콘덴서 몇 개 교체했고, 일본판에 비해 원가 절감으로 빠진 부품이 있다.
오락실에 많이 깔렸던 게임이다.
그래픽은 정말 미려하다.
몇 개의 레이어가 겹치는 효과가 아주 멋짐.

 

본토의 이런 애들이
북미에서는 이렇게 변했다. 치명적 누님빼고는 그다지 변화가 없어보이기도...

토아플랜이 망한 시점에 탄생한 라이징에서 발매한 게임이다. 토아틀랜의 스태프들이 합류했다지만, 딱히 여기에 토아플랜의 향이 진하게 난다는 느낌은 없다. 이 게임이 우리나라에 꽤 깔렸다는 것은 분명하게 기억난다. 이시절에도 나는 게임의 일러스트를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었는데, 당대 게임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아트웍과 일러스트를 보여줬다. 이런 라이징의 쿨한 일러스트는 서양 코믹같은 느낌이 더해지면서 배트라이더나 창궁홍련대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그러나 세가의 폴리곤 게임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2D 슈팅 게임들처럼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즐기긴 했지만, 원코인에 도전할 정도로 깊게 빠지진 않았다. 
 
내 게임의 원류가 오락실 게임이고, 내 태초의 오락실 게임이 슈팅 게임인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했던 슈팅게임들을 더 원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PS4에  M2 샷트리거 시리즈로 발매했던 마법대작전 이식작을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PS4판으로 몇 십년만에 만난 마법대작전은 이전에 봤을 때와 크게 다른 인상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레트로니 슈팅 명가니 하면서 라이징과 그 게임들의 가치가 올랐지만, 다시 해 봐도 역시 온전히 내 타입의 게임은 아니었다. 
 
기판 세계로 가면 라이징의 게임은 모두 굉장히 고가다. 시기적으로 슈팅 게임의 완숙기에 유능한 주요 스태프들이 모여서 만든 만큼, 과장 조금 보태서 질적 양적 완성도가 인류슈팅 게임 역사상 가장 높다. 그럼에도 상업적으로는 모두 참패한 게임들이기 때문에 그 수가 매우 적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많이 풀린 국내였던 만큼 해외에 비하면 기판 가격이 그리 높지 않고 자주 보였지만, 선뜻 구매할 생각이 안들었는데, 콘솔 이식작으로 다시 플레이 해 봐도 높은 완성도와 상관없이 플레이하는 내내 그다지 즐겁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까닭이 컸다. 이것은 마치 내 취향이 아닌 재즈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고급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모두 내 소양이 부족한 탓이다. 
 
그러던 와중에 도저히 참지 못할 만큼 좋은 매물이 나와서 구매했다. 오랜만에 구동해도 특별한 느낌은 없었지만, 역시 브라운관에서 구동되는 화면은 조금 더 반짝여서 기분을 들뜨게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올해 안에 1주 차 원코인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가격이 적당하다면 앞으로도 취향과 상관없이 좋은 게임은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뭐에 쫓기듯 터무니 없는 가격에 구매할 생각은 없다. 무슨 기판에 가치 투자를 하거나 올 컬렉션 어쩌구하는 거창한 계획 역시 없다.
 
게임 플레이가 내 취미고, 취미는 경험과 인문학적 소양이 가미 될 때 더 재밌기 때문이다. 더 재밌게 살기 위해 더 깊게 들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