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들(2)
-
울프 팡, 야성의 부름
오락실에 그럭 저럭 깔렸던 게임이었지만, 인기가 있었냐면 그렇지는 않았다. 데이터 이스트 어금니 시리즈 3부작 중 2부였고, 그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 나 역시 오락실에서 별로 즐긴 기억은 없었지만, 다시 ps1 버전을 우연히 해보곤 홀딱 반한 게임이었다. 이후 세가 새턴 버전까지 구매했지만, 당시에는 기판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매물을 봐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다 기판에 빠지고는 갖고 싶은 리스트 중에서 항상 상위에 있었다. 결국 처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서 거의 두 배가 넘게 주고 샀지만, 이 가격에도 조금의 후회는 없다. 상태가 거의 신품급으로 좋으면서 각종 매뉴얼과 인스트 카드가 오리지널로 모두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양방향 로봇슈팅 게임인데, 조작이 사이드 암스처럼 버튼 두 개로 구성되는 것은..
2024.07.24 -
내 마음의 고향, 오락실
나는 정말 오락실을 사랑했다. 처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락실에 발을 들인 이후에, 줄곧 어느 도시를 가든 오락실을 찾아다녔다. 그곳은 엘도라도였다. 성인이 되고 낯선 도시의 밤을 맞을 때도 홀린 듯이 오락실에 갔다. 낡은 조명과 고요 속에서 울리는 단순한 사운드가 좋았다. 외로움을 느낄 때면 더 오락실을 찾았다. 왜였을까? 전통적인 오락실이 모두 사라진 지금, 즐겨 가는 카페의 회원들이 일본의 오락실, 성지라고 불리는 클래식한 유명 오락실 탐방기를 올렸다. 나 역시 호기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 글들을, 사진을 몇 번 곱씹었다. 많은, 다양한 기판과 기통들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고 싶은지 물었지만, 답은 아니었다. 왜였을까. 내게도 기판은 이제 충분히 있다. 기판이 없다면 콘솔 이식작..
202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