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30)
-
EXED EXES, 이노센트 블러드
알고 보니 나는 오카모토 요시키를 좋아했다. 그의 작품을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었는데, 다시 하고 싶어서 구매한 기판의 대다수가 오카모토 요시키의 게임 기판이라니. 엑시드 엑시스 기판은 처음 기판을 수집하면서, 80년대 기판은 그다지 구매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꼭 갖고 싶었던 기판이었다. 다시 이 게임이 구동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면, 인기 있던 게임은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 2인용, 배경 2면 레이어 스크롤, 적기 탄환을 전멸시키는 폭탄 시스템, 중독적이며 몽환적인 사운드, 안정적인 발색수, 정돈되고 개성 있는 그래픽 디자인, 다소 느리지만 적들의 탄환 속도에 맞춘 적절한 기체의 조작감등 게임의 완성도는 지금 봐도 높다. 하지만 대다수의 엔딩이 없던 루프 슈팅은 내게 인기가 없었다. 물론 엑시드 엑시..
2022.08.09 -
SON SON, 내 마음의 천축을 찾아서
손손은 오카모토 요시키의 캡콤 이적 후 첫 번째 작품이었다. 사장은 오카모토의 장기였던 슈팅게임 제작 대신 액션 게임을 만들 것을 요구했고, 그는 액션과 슈팅의 어느 지점에 있을 법한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의 외관과 달리 제비우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비우스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여하튼 게임 자체로 보면 지금도 통할만큼 그래픽, 음악, 조작성 모두 훌륭하다. 그 시절에는 이 게임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뭐 말하면 입 아프다.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이 2인용을 지원했다는 건데, 지금에야 그게 뭐 대수겠냐만. 당대에는 동시 2인용 게임이 거의 없었고 한 사람이 죽으면 같은 게임의 내용을 다른 사람이 한 번 더 도전하는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손오공과 저팔계..
2022.07.30 -
건스모크, 안녕 소년의 날들이여
기판을 시작하면서 내 마음을 많이 흔들었던 게임이다. 어린 시절 캡콤 게임 중, 제일 열심히 하면서도 엔딩을 못 봐서 더 마음에 남았다. 항상 마지막 보스 전까지 쉽게 가지만 10판째 보스에게 모든 잔기를 잃었다. 우연히라도 한 번쯤 깰 수 있었을 텐데, 이 게임은 작은 행운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락실에서 건스모크가 사라지고, 오락실이 사라지고 난 이 게임을 대학에 가서 마메로 다시 만났다. 그러고도 나는 원코인 아니 엔딩 조차 보지 못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클리어도 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건스모크의 마지막 보스 클리어는 내게 미지의 세계였다. 중학교 때 나를 꽤 좋아했던 친구 녀석은 자신이 이 게임을 원코인으로 클리어했다고 말했다. 거짓말할 친구는 아니었지만, 어렸다는 걸 생각하면 내게 잘 보이..
2022.07.19 -
섹션 Z, 옛날 옛적 캡콤에서는
건스모크와 사이드암즈, 로스트 월드에 반했던 나는 당시 이 게임을 만든 제작사의 로고인 capcom에 홀딱 빠져버렸다. 그 사이에 다른 캡콤의 게임을 계속 즐겼지만, 저 세 개의 게임에는 특별한 경향이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았다. 슈팅 게임이면서 개성있는 조작 체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건스모크의 좌중우 세방향, 사이드 암즈의 양방향, 로스트 월드의 롤링 스위치를 이용한 360도 회전 같은 식이었다. 물론 다른 회사 게임에도 이런 컨트롤 방식이 있었지만, 캡콤답게 스타일리시하고 직관적인 조작감이 내게는 더 어필했나 보다. 그리고 이런 취향의 게임 연혁을 따라가다 놀랍게도 놓친 캡콤의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게임이 건스모크보다 빨랐고, 사이드 암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으며 더 먼 후손인 3 원더스에..
2022.07.10 -
드래곤 스피릿, 데어 윌 비 오리진
드래곤 스피릿이 남코 유명 게임이란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대단하던 남코가 어째 이런 게임밖에 못 만들었을까였다. 시간이 지나고야 알았지만, 내가 살던 촌 동네에는 남코 황금 시절의 호화로운 게임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일단 당대 남코의 기판들은 비쌌고, 카피하기 힘들었으며 관리하기 까다로웠다. 그러므로 대다수의 복사 기판이나 돌리던 지방의 한적한 오락실에서 남코의 걸작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겐 남코란 어느 날 사라진 천재 아이 같은 존재였다. 그 아이는 대체 뭘 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고 아케이드 역사를 다시 훑는 과정에서 남코는 역시 엄청났고! 대단했으며! 천재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남코의 중흥기에 ..
2022.06.29 -
블랙 드래곤, 캡콤이여 불을 뿜어라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오래 즐겼던 게임이다. 당연히 원코인 했고, 어렵지 않은 게임이었다. 타격감이 좋은데, 특히 업그레이드하면 할수록 철퇴의 파워와 함께 타격감까지 강해지는 표현을 멋지게 했다. 후반부에 가면 높고 먼 점프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처음엔 아무리 해도 올라가지 못해서 고민하다가 뛰는 순간 스틱을 위로 올렸다가 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다는 게 아직도 기억난다. 좋아하던 게임이라 다른 동네에 가면 자연스럽게 플레이하곤 했는데, 어떤 오락실에는 블랙 타이거라고(블랙 드래곤은 마지막 보스, 블랙 타이거는 주인공 캐릭) 적혀 있어서 그때 즈음에 오락이 몇 가지 버전으로 나올 수 있다고 의식한 기억이 난다. 어떤 오락실에는 난이도를 너무 높게 해 놔서 초반에 나오는 몹 하나 잡는데도 엄청난 공을 ..
202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