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9. 10:14ㆍ오락실 기판









알고 보니 나는 오카모토 요시키를 좋아했다. 그의 작품을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었는데, 다시 하고 싶어서 구매한 기판의 대다수가 오카모토 요시키의 게임 기판이라니. 엑시드 엑시스 기판은 처음 기판을 수집하면서, 80년대 기판은 그다지 구매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꼭 갖고 싶었던 기판이었다.
다시 이 게임이 구동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면, 인기 있던 게임은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 2인용, 배경 2면 레이어 스크롤, 적기 탄환을 전멸시키는 폭탄 시스템, 중독적이며 몽환적인 사운드, 안정적인 발색수, 정돈되고 개성 있는 그래픽 디자인, 다소 느리지만 적들의 탄환 속도에 맞춘 적절한 기체의 조작감등 게임의 완성도는 지금 봐도 높다.
하지만 대다수의 엔딩이 없던 루프 슈팅은 내게 인기가 없었다. 물론 엑시드 엑시스는 천만점 득점 시 엔딩이기 때문에 엔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토리적인 마무리가 아니고, 그 시절에 천만 점 엔딩이라니 상상도 못했다.
나이 먹고 다시 잡은 엑시드 엑시스는 어린 시절에 봤던 것보다 인상이 더 좋다. 요즘의 진화한 슈팅 게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장점은 없지만, 슈팅 게임이 갖춰야 할 미덕인 쏘고 피하고의 순결한 알고리즘이 빈틈없이 구성되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적들의 종류가 많진 않은데, 적들의 정해진 기믹이 톱니처럼 맞물려 끝없이 재밌는 퍼즐을 만든다.
오카모토 특유의 유머도 여전하다. 적기를 부쉈을 때 나오는 갖가지 오브제들은 기본적으로는 점수지만 1up 아이템들이 숨어있어 암기가 필요하다. 손손에서처럼 적들을 과일로 만드는 POW도 반갑다.
아이템 중에는 기체의 공격력을 파워업 시키는 POW 아이템이 따로 존재하는데, 탄환의 모양과 사거리만 변할 뿐 실제로 파워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최근 오카모토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고백했다. 껄껄.
기판을 사고 회고하며 엑시드 엑시스에 관한 리뷰와 추억을 찾아보고 있다. 기판은 1년 전만 해도 꽤 싼 편이었는데, 최근엔 가격이 제법 올랐다. 게임에 대한 재평가도 꾸준히 좋아져 가치와 위치가 올라가는 분위기다.
이 기판은 해외에 있는 게이머에게 구매했다. 구매의사를 전하고 판매하겠다는 답장을 받았지만, 몇 달이나 연락이 없어서 애를 태웠다. 알고 보니 코로나에 걸려서 꽤나 고생한다며 한참 뒤에 연락이 왔다. 해외 거래 중에 변심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포기했는데, 뜻밖의 연락이라 기판은 아무래도 좋으니 네 몸이나 잘 간수하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게 뭐 인상적이었는지 이후에 연락을 해서는 몇 번이나 따뜻한 말이 고맙다며, 발송부터 트래킹까지 꽤나 친절하게 신경 써 주더라.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기판 그깟게 뭐 대수라고.
나이 먹고 특별히 취미 생활할 시간이 없어서였는지 나는 오락실 기판에 꽤 깊게 빠져들어 다른 사람이 좋은 기판을 사면 샘이 나기도 했다. 그건 참 창피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도, 매일 기판 정보만 들춰보는 자신이 싫어서 1년 전부터는 계속 이 바운더리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단지 시간이 지나서였는지, 최근엔 이 중독에서 조금은 해방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요즘엔 이런 글도 적는다.
마음이 상쾌한 바람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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