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모토 요시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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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영화가 있던 오후
윌로우란 게임에 추억은 없었다. 오히려 윌로우 영화에는 추억이 있다. 중학교 1학년에 만난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제법 큰 광고집이었다. 아버지가 디자인을 위해 신기한 해외 잡지를 집에 많이 가져다 두는 바람에 그걸 보고 자란 친구의 센스는 대단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교 후에 그 녀석 집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됐고, 자연스럽게 나도 친구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손의 재능 차이는 참으로 컸다. 내가 유치원생이면 친구는 고등학생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 대신 나는 다독과 많은 영화, 그림을 감상하며 시선의 높이를 올렸다.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은 인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커져서 청소년기의 나는 고민과 사색에 집중했다. 눈이 높아지자 손이 조금씩 따라갔지만, 더딘 성장은 괴로웠다. 차라리 눈이 낮았으면 어땠..
2023.09.08 -
1943, 풍운아 오카모토 요시키
오카모토 요시키가 4년 후에 은퇴할 것을 발표했다. 유튜브에서 그는 살짝 눈시울이 젖어 있었고,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았지만, 단호하게 4년 후의 생일날에 게임계를 완전히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계에 이런 은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만들었던 뭐라도 꺼내 플레이하고 싶어졌다. 그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잦은 은퇴와 번복을 떠올리며 비웃는 사람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의 게임업계에서의 업적과 영향을 찬양하고, 아쉬워하고, 나중에도 유튜브를 통해서 지금처럼 소통해 줄 것을 바랐다. 나는 오카모토 요시키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천재 디자이너였으며 타고난 리더였다. 그로 인해 수많은 다른 천재들이 캡콤을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후나미즈 노리타카, 니시타니 아키라, 야스다 아키라, 미카미 신지 같은 ..
202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