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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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도, 츠키카게는 무엇을 남겼나
즐겨가는 카페의 회원이 최후의 인도 기판을 구매했다는 글을 올렸다. 높은 가격이지만, 그만큼 지불해도 괜찮은 멋진 기판이다. 문득 이전에 생각해 뒀던 조금은 파격적인 가설을 정리해야겠다. 최후의 인도는 명작의 산실이었던 아이렘 m72 기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아이렘은 수십 년 동안 그 시절에 만들었던 알타입과 최후의 인도에서 그다지 멀리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알타입이 수많은 변종과 아류들이 만들어지면서 게임사에 꾸준히 거론되는 것과는 달리 그만큼 위대했던 최후의 인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기판을 수집하면서 건포스라는 게임을 구하고 나서다. 상태가 엉망이어서 값싸게 구매한 아이렘 M92 건포스, 구동해 보..
2024.10.20 -
내 마음의 고향, 오락실
나는 정말 오락실을 사랑했다. 처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락실에 발을 들인 이후에, 줄곧 어느 도시를 가든 오락실을 찾아다녔다. 그곳은 엘도라도였다. 성인이 되고 낯선 도시의 밤을 맞을 때도 홀린 듯이 오락실에 갔다. 낡은 조명과 고요 속에서 울리는 단순한 사운드가 좋았다. 외로움을 느낄 때면 더 오락실을 찾았다. 왜였을까? 전통적인 오락실이 모두 사라진 지금, 즐겨 가는 카페의 회원들이 일본의 오락실, 성지라고 불리는 클래식한 유명 오락실 탐방기를 올렸다. 나 역시 호기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 글들을, 사진을 몇 번 곱씹었다. 많은, 다양한 기판과 기통들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고 싶은지 물었지만, 답은 아니었다. 왜였을까. 내게도 기판은 이제 충분히 있다. 기판이 없다면 콘솔 이식작..
2023.12.30 -
하이퍼 올림픽 84, 불의 노래를 들어라
80년대 오락실에 가면 늘 있던 초 히트 게임으로 이후 이런 유형의 경쟁 게임 틀을 완성한 대단한 게임이다. 많은 아이들이 했고, 아무도 없던 오락실에서 홀로 울리던 반젤리스의 불의전차 테마는 절대 잊을 수 없는 BGM이었다. 내가 그렇게 즐기던 게임은 아니었지만, 오락실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손가락을 엇갈리며 고속으로 두들기는 기술이 개발됐고, 웃을 수밖에 없던 광경들, 가차의 껍데기를 불이 날 정도로 버튼에 비비거나, 급기야는 연타를 위해 줄톱이 등장해 꼬맹이들이 줄톱을 들고 오락실에 입장하는 블랙 코미디가 연출됐었다. 그렇게 피지컬적으로 연타를 하는 단순한 게임성이 내 마음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게는 멀찍히 뒤에서 코웃음 치며 구경할 뿐이었다. 그러나 오락실 기판을 구매하면서 당연히 그 시..
202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