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이스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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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노브, 네 멋대로 해라
시간이 지나고 보니 카르노브는 데이터이스트의 얼굴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무모하리만치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게임이다. 이상한 물리 엔진은 하면 할수록 재밌다. 다른 사람의 꿈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묘한 캐릭터들은 마치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개성적이면서 자꾸 보고 싶은 중독성이 있다. 음악 역시 익살스럽게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말도 안 되는 아이템들의 쓰임은 도대체 이게 87년에 나온 게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다채로워서 맵 구석구석을 끝없이 파고들며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어린 시절에는 눈에 들어오기 힘든 게임이다. 게임의 수준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눈이 낮았기 때문이다. 패션으로 따지면 오뜨꾸뛰르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도, 앞으로도 클래식으로 남을 작품으로… 버블의 일본이 아니..
2024.08.26 -
체르노브, 꿈꾸는 야만
체르노브는 오락실에 많이 있었다. 다른 데코 게임처럼 눈길을 끌었지만, 열심히 한 게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기판을 구매하면서 이상하게 아른거리는 게임이었는데,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복사 기판(지금은 팔고 없음)을 하나 구매하고, 한참 지나서 고장 난 정품을 만났다. 제목부터 게임의 분위기가 누가 봐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자명했고, 그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희화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류의 엄청난 불행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비극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소지는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자는 카르노브의 연작일 뿐, 우연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했지만, 콘솔 메가드라이브 이식에서 다른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면서 슬며시 발을..
2024.08.23 -
울프 팡, 야성의 부름
오락실에 그럭 저럭 깔렸던 게임이었지만, 인기가 있었냐면 그렇지는 않았다. 데이터 이스트 어금니 시리즈 3부작 중 2부였고, 그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 나 역시 오락실에서 별로 즐긴 기억은 없었지만, 다시 ps1 버전을 우연히 해보곤 홀딱 반한 게임이었다. 이후 세가 새턴 버전까지 구매했지만, 당시에는 기판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매물을 봐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다 기판에 빠지고는 갖고 싶은 리스트 중에서 항상 상위에 있었다. 결국 처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서 거의 두 배가 넘게 주고 샀지만, 이 가격에도 조금의 후회는 없다. 상태가 거의 신품급으로 좋으면서 각종 매뉴얼과 인스트 카드가 오리지널로 모두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양방향 로봇슈팅 게임인데, 조작이 사이드 암스처럼 버튼 두 개로 구성되는 것은..
2024.07.24 -
게이트 오브 둠, 어둠의 다크 운명의 데코
1990년에 발매했던 게임으로 어릴 적에 즐겼던 게임은 아니었다. 이 시기가 고등학생 시절이라 책, 음반, 영화에 빠져(학업은 나몰라)오락실 추억은 유독 적다. 그래서 이 게임에 대한 추억은 나보다 2년 어린 덕후 후배를 통해서 자주 들었다. 녀석이 좋아하던 3대 오락실 게임 중 하나인데, 녀석이 늘 이야기하던 게임은 게인그라운드, 인섹터 x 그리고 다크씰이었다. 하지 않았을 뿐 이 게임에 대한 기억은 있었다. 거의 하는 사람이 없던 고난도 게임으로 괴짜 데이터 이스트 답지 않은 진지한 작품이었다. 오락실 추억이라는 것은 보통 내가 플레이어로서지만, 아주 가끔은 관찰자인 경우도 있다. 데이터 이스트의 게임이 그랬던 것 같다. 체르노브, 카르노브,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같은 게임이 그랬다. 오락실에 제법 ..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