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14)
-
니시타니 아키라 여담
1. 로스트 월드는 사이드암스의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코나미의 혼두라를 염두하고 만든 게임, 물론 그 명령은 코나미의 망령 오카모토 요시키.2. 로스트월드의 상점은 세가의 판타지존에서 영감을 받았다. 3. 파이널 파이트에서 타이밍에 맞춰 레버를 아래로 움직여 일반 아이템을 고득점 템으로 바꾸는 것은 원더보이 몬스터 랜드에 대한 오마쥬.4. 파이널 파이트에서 길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것은 쓸 수 있는 롬의 용량이 적어서 배경까지 사용해야 했기 때문, 그럼에도 화려한 엔딩 일러스트가 들어간 것은 제작 후반에 계산 실수로 데이터가 남아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서 가능했다. 5. 파이널 파이트의 콘티뉴 화면이 끔찍한 것은 테크모 “와일드 팡”의 영향.6. 후속 편을 만들기 싫어하는 그에게 파이널 파이트의 후속..
2024.11.07 -
매직 소드, 그것은 단순한 검이라고 하기엔...
오카모토 요시키의 티알피지 시장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 낸 판타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벨트 스크롤 킹오브드래곤즈, 던전앤드래곤즈로 이어지는 초석이었다. 그러나 게임성과 지향점은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스스로 완결성을 갖춘 특별한 게임이다. 외관상 단순한 액션게임이지만, 다양한 몹들과 랜덤한 아이템의 조합은 복잡하고 우연한 상황으로 이어지며 반복 플레이 해도 질리지 않는다. 캡콤 액션 게임답게 직관성이 좋은데, 알피지 특성인 파고들 거리까지 많아서 플레이 타임은 거의 영구적이라 도전할 가치가 크다. 이 게임의 C보드가 상대적으로 희귀한 B-13을 사용해서 기판 수리에 애를 먹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비교적 많이 풀린 탓에 아직까지는 구하기 쉬운 게임이다. 이전에 고장난 것을 구매해 고친 기판이 하나 있..
2024.05.04 -
고스트 앤 고블린스, 유령이 내리는 날
그날은 밤부터 폭설이 내렸다. 몇 달 전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아내와 말을 하지 않았다. 내게 세상과의 마지막 통로였던 아내와의 대화를 끊자, 나의 생활은 완전한 적막이 되었다. 쉼 없이 눈만 내려 모든 것이 멈춘 고요한 세상처럼 말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 아내와 나는 새벽에 출근했고, 눈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어 아내는 평소보다 한 시간 먼저 나갔다. 아마도 걷거나, 택시를 탈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걸어갈 생각으로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갔다. 과연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엄청난 눈이었다. 출근만 아니었다면, 그 장관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참 누군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는데, 어디선가 실루엣이 유령처럼 다급하게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2023.12.08 -
윌로우, 영화가 있던 오후
윌로우란 게임에 추억은 없었다. 오히려 윌로우 영화에는 추억이 있다. 중학교 1학년에 만난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제법 큰 광고집이었다. 아버지가 디자인을 위해 신기한 해외 잡지를 집에 많이 가져다 두는 바람에 그걸 보고 자란 친구의 센스는 대단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교 후에 그 녀석 집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됐고, 자연스럽게 나도 친구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손의 재능 차이는 참으로 컸다. 내가 유치원생이면 친구는 고등학생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 대신 나는 다독과 많은 영화, 그림을 감상하며 시선의 높이를 올렸다.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은 인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커져서 청소년기의 나는 고민과 사색에 집중했다. 눈이 높아지자 손이 조금씩 따라갔지만, 더딘 성장은 괴로웠다. 차라리 눈이 낮았으면 어땠..
2023.09.08 -
1943, 풍운아 오카모토 요시키
오카모토 요시키가 4년 후에 은퇴할 것을 발표했다. 유튜브에서 그는 살짝 눈시울이 젖어 있었고,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았지만, 단호하게 4년 후의 생일날에 게임계를 완전히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계에 이런 은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만들었던 뭐라도 꺼내 플레이하고 싶어졌다. 그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잦은 은퇴와 번복을 떠올리며 비웃는 사람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의 게임업계에서의 업적과 영향을 찬양하고, 아쉬워하고, 나중에도 유튜브를 통해서 지금처럼 소통해 줄 것을 바랐다. 나는 오카모토 요시키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천재 디자이너였으며 타고난 리더였다. 그로 인해 수많은 다른 천재들이 캡콤을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후나미즈 노리타카, 니시타니 아키라, 야스다 아키라, 미카미 신지 같은 ..
2023.08.24 -
뱀파이어 헌터, 환영의 역습
그렇게 동경했던 게임 뱀파이어였지만, 이 기판을 만날 일은 없었다. 워낙에 국내에서 죽을 쑨 게임이라 정품은커녕 컨버전조차 못 봤다. 그러던 와중에 기판 카페에서 뭔지도 모르고 일판 오리지널을 소장한 소장가가 올린 포스팅을 보았다. 그리고 다크 스토커즈의 속편인 뱀파이어 헌터 기판에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전 소장자의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거기에는 [신의 게임]이라고 적혀있었다. 하하 왜 아니겠는가. 그 포스팅을 통해 전 소장자를 생각하며 그 사람과 온종일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상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같이 게임을 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을 거쳐, 기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게이머들이 단지 자신만의 경험으로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겨루면서 그 과정 전체..
202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