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기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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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더 비룡, 가슴에 돋는 기억을 칼로 자르고
1989년에 발매한 캡콤의 게임이다. 후지와라 토쿠로의 제1 개발부의 작품이었고, 대마계촌과 거의 동시에 개발한 것으로 보이며, 릴리즈 역시 대마계촌 다음 작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마계촌의 다음 시리즈인 슈퍼패미컴 초마계촌 제작에 스트라이더의 기믹이나 디자인이 많이 들어가 있다.영화 공부를 하던 디렉터, 코우이치 요츠이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영화같은 연출에 시원시원하고 자유도 높은 액션이 특징이다. 나는 이 게임을 처음 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속초 중앙 초등학교에서 중앙시장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편에는 어릴 적부터 오락실이 있었는데, 멀어서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다. 고교시절 시험 때문에 일찍 하교한 어느 날, 단짝 친구와 집까지 속초를 횡단하다 근처에서 분식을 먹고 들어갔었다.그즈음의 지방 오..
2025.04.04 -
쓰리 원더스, 채리엇만으로 충분했다
1991년 처음 했던 게임을 오늘 아침 드디어 원코인 성공했다.(노멀난이도, 15연사)쓰리 원더스의 세가지 게임 중 횡스크롤 슈팅인 채리엇, 미치도록 좋아한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의 세계관, 그래픽, 독특한 사운드로 늘 기억 한 자리를 차지한 게임이었다. 캡콤 슈팅 게임을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만큼 채리엇을 가장 많이 플레이했는데, 귀여운 그래픽처럼 만만한 게임은 아니었다. 같이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동기부여도 없어서 딱히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그렇게 수십 년을 잊고 지내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이 기판을 발견했고, 낫워킹이라도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그즈음부터 이피롬을 굽는 일에 도전 중이었고, 다행히 별문제 없이 배터리 패치로 잘 살렸다.기판을 고친 기쁨에 한 일주일 동안 채리엇에 도전했다. 4..
2024.12.27 -
19XX, 케이브에게 보내지 그랬어
최초의 기판 5장 안에 들었던 기판이다. 뭣 모르고 샀는데, 당시 판매하는 모든 cps2기판은 피닉스패치를 했다고해서 안심하고 구매했었다. 기판에 대해 암것도 모르는 완전 초보였기 때문에 악명높은 cps2의 배터리는 패치하지 않으면 무조건 못쓰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기판을 받고 보니 아예 밀봉이 되어있었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오리지널일 것 같다는 거다. 지금이면 당연히 기쁠 일인데,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ㅋㅋ 아 이걸 어쩌란 말인가라며 통곡을 하다가 해외 커뮤를 뒤져서 스스로 배터리 패치를 했다. 당연히 지금도 안을 열면 깔끔한 롬씰들이 제대로 붙어있다. 이것 말고 피닉스패치되어있는 기판도 하나 있는데, 패치롬을 빼면 역시 다 오리지널이었다. 국내 오락실에서 돌았던 모든 ..
2024.11.29 -
CPS2, 꿈의 기판
처음 기판을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섹시 파로디우스 때문이었다. 콘솔 이식작 중에 그거 하나가 빠졌는데, 레트로 카페의 회원이 파는 기판이 콘솔 이식작 보다 더 쌌다. 그 판매자의 리스트는 정말 멋있었고, 갖고 싶은 기판이 많았지만, 기판을 한 번도 구동해본적이 없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기분으로 섹시 파로디우스를 찜하고, 기왕에 사는 거 같이 사자라며 걸작 쉐도우오버미스타라와 에일리언대프레데터를 함께 구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xx도…그렇게 기판과 컨박을 구매하고 집에서 돌려본 최초의 기판 파로디우스는 놀라웠다. 그동안 온갖 에뮬과 콘솔 이식작으로 즐긴 오락실 게임이었지만, 기판에 파워를 넣고 시작하는 과정이 당연하게도 어린 시절 오락실을 완벽하게 떠올린 것이다. 하..
2024.11.22 -
윌로우, 영화가 있던 오후
윌로우란 게임에 추억은 없었다. 오히려 윌로우 영화에는 추억이 있다. 중학교 1학년에 만난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제법 큰 광고집이었다. 아버지가 디자인을 위해 신기한 해외 잡지를 집에 많이 가져다 두는 바람에 그걸 보고 자란 친구의 센스는 대단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교 후에 그 녀석 집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됐고, 자연스럽게 나도 친구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손의 재능 차이는 참으로 컸다. 내가 유치원생이면 친구는 고등학생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 대신 나는 다독과 많은 영화, 그림을 감상하며 시선의 높이를 올렸다.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은 인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커져서 청소년기의 나는 고민과 사색에 집중했다. 눈이 높아지자 손이 조금씩 따라갔지만, 더딘 성장은 괴로웠다. 차라리 눈이 낮았으면 어땠..
2023.09.08 -
뱀파이어 헌터, 환영의 역습
그렇게 동경했던 게임 뱀파이어였지만, 이 기판을 만날 일은 없었다. 워낙에 국내에서 죽을 쑨 게임이라 정품은커녕 컨버전조차 못 봤다. 그러던 와중에 기판 카페에서 뭔지도 모르고 일판 오리지널을 소장한 소장가가 올린 포스팅을 보았다. 그리고 다크 스토커즈의 속편인 뱀파이어 헌터 기판에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전 소장자의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거기에는 [신의 게임]이라고 적혀있었다. 하하 왜 아니겠는가. 그 포스팅을 통해 전 소장자를 생각하며 그 사람과 온종일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상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같이 게임을 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을 거쳐, 기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게이머들이 단지 자신만의 경험으로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겨루면서 그 과정 전체가..
202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