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게임 이야기

2023. 2. 28. 12:44생각

 



하루에 한 시간씩은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 책을 읽는 시간은 웹에서 읽고 사유하는 것으로 대체가 되지만, 역시 스스로 해야 하는 게임은 유튜브 에디션이고 나발이고 대체재가 없다.
 
오락실 기판은 사서 받고 만지며 구동해서 즐기는 과정까지 너무 즐겁기 때문에 빠져들 수밖에 없지만, 만만하게 갖고 싶었던 건 어지간히 모으다 보니 남은 건 모두 천상계 게임이고, 가격에 비해 그다지 즐기던 게임이 아니라서 일부러 안 보고 있는 면도 인정한다. 
 
그런 와중에 최신 콘솔로 발매한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와 갓오브워 시리즈 그리고 최근 엘든링까지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게임은 모두 최고 난이도로 클리어했다. 
 
최고 난이도를 하게 된 데에는 사소한 이유가 있는데, 다크소울을 위시한 프롬 게임의 난이도를 즐기던 유저들이 으스대며 부심을 부리는 것에 반감이 생겨서였다. 첫눈에 본 프롬게임의 아트웍이나 스토리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피했는데, 그게 마치 어려운 게임을 못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싫어서였을까. 
 
사실 프롬게임에 빠져든, 특히 젊은 게이머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최근의 콘솔 게임이라는 것들이 대다수 게이머를 이용한 PVP를 뺀다면, 싱글 게임으로서의 구성이나 디자인이 하나의 레퍼런스를 두고 베끼기에 급급해서 다 그놈이 그놈 같고, 심심한 맛이어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게이머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물간 올드보이의 반골기질 때문이었을까. 다크소울보다 더 어렵다는 말에 갓오브워, 전쟁의 신 난이도에 도전했고, 시종 욕을 입에 달고서도 결국에는 클리어했다. 순서로 따지면 이게 내가 레트로게임에 다시 빠져들게 된 것보다 타임라인이 앞선다. 
 
이어서 다크소울을 플레이했고 과연 대단한 작품이라, 나의 선입견이 틀렸다는 것에서 또 배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올드보이만의 즐거움도 있었다. 그것은 프롬 게임이 일찍이 세상을 지배했던 오락실 게임의 기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정 체크 포인트를 두고 끝없이 반복 도전하게 해서 캐릭터는 물론 무엇보다 플레이어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그랬다. 
 
작년에 나온 프롬의 마스터피스 "엘든링"은 역사상 가장 많은 올해의 게임에 뽑히며 게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게임의 반열에 오른다.
 
엘든링의 틈새로 선명하게 새겨진 아케이드 게임의 핏줄이 보인다.

그래, 나의 시대는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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