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0. 19:50ㆍ책들

열 흘 전에 산 책이 지난 토요일에 도착했다. 일본어 원서라 지리멸렬한 일본어 실력으론 쉽지 않았지만 사전을 찾아가며 어쨌든 다 읽었다. 프랑스와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세가지 방법으로 첫 번째 같은 영화를 두 번 볼 것, 두 번째 영화평을 적을 것,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락게임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첫 번째 원코인에 도전해 볼 것( 반드시 해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깊게 플레이하라는 말이다.) 두 번째 게임에 대한 평을 적어 볼 것, 세 번째는 오락실을 다니는 이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오락실을 차리거나 오락 게임을 만들어 볼 것.
그중에서 이케다 미노루는 오락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는 좋은 오락실을 다니려 오락실 근처의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그 학교를 그만두고서는 오락실에서 알바를 한 사람이다. 이후 성인이 되어서는 부모의 권유로(오죽했으면) 오락실을 관리하는 회사에 들어갔었고, 결국에는 미카도라는 오락실을 차리며 오락광으로서의 인생을 완성했다. 그래서 일생을 오락실 곁에서 떠나지 않으며, 마지막 자신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오락실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는듯하다.
책은 이케다 미노루라는 사람이 얼마나 아케이드 게임을 사랑하는지, 그 게임을 완전히 즐기기 위해 오락실이란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그래서 어떤 각오로 그곳을 지켜왔고 지켜 갈 것인지, 그런 싸움에 대한 그야말로 전투기였다.
처음 유튜브를 통해서 알게 된 게임 센터 미카도였는데, 방송을 통해 자주 즐겼지만 잘 몰랐던 오락 게임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덕에 게임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배우고, 그 낡은 것들이 실은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알고, 몇 메가 되지 않는 롬을 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커다란 기판의 미련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현실에서 영화를 만들 거나, 오락실을 차리거나, 오락 게임을 만드는 건 환상 같은 일이다. 그렇게 자신의 사랑과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야지. 글을 쓰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면, 나는 오락실, 극장, 만화방이 키운 아이, 최선을 다해서 내가 사랑한 것들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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