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9. 16:00ㆍ책들





국민학교 시절 수십번 빌려본 만화가 있었다. 쌍둥이들만 태어나는 마을에서 주인공은 외동으로 태어났다. 이 마을에서 쌍둥이가 아닌 존재는 흉조로 일컬어졌다. 마을에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아이는 차별을 받았지만 부모의 사랑으로 바르게 자란다. 그러던 어느날 괴인들이 찾아와서 마을 주민 모두를 살해하는데, 쌍둥이가 아닌 아이만 주민이 아닌 것으로 여겨져 가까스로 목숨을 지킨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저주받은 존재가 아니라 선택받은 존재로 초능력이 있었고, 마을의 전설적인 로봇을 깨울 능력도 있었다. (대충 이렇다.)
셀 수 없이 본 만화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기억 저편에 흐릿하게 남아 도무지 제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같은 만화를 찾는 질문을 발견했다. 며칠 동안 그 질문에 답이 달리는지 찾아갔는데 누군가 답을 했다.
놀랍게도 그 만화는 대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다이모스"였다.
제목이 다이모스였는지는 솔직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만화가 분명 두 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답을 알고 일본에서 책을 검색했더니, 본토에서도 엄청 유명한 작품은 아니었는데, 마침 복각이 진행되고 있어서 하나 살 수 있었다.
거의 30년 넘어서 만난 만화, 당연하게도 확실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그림이었다. 내게 이 만화는 미운오리 새끼의 신화, 신비로운 유적지의 탐구, 비통한 운명과 통쾌한 복수극으로 남았었다. 생각해 보면 바벨 2세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특유의 비장미가 그렇다.
지금도 웹에서 다이모스를 검색하면 포스팅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 그날 그 질문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이 만화를 한참 더 궁금해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그 질문을 했던 사람은 무협작가 좌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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