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오브 둠, 어둠의 다크 운명의 데코

2024. 3. 14. 21:01오락실 기판

 

굉장히 좋은 상태.
롬씰까지 훌륭.


1990년에 발매했던 게임으로 어릴 적에 즐겼던 게임은 아니었다. 이 시기가 고등학생 시절이라 책, 음반, 영화에 빠져(학업은 나몰라)오락실 추억은 유독 적다.

그래서 이 게임에 대한 추억은 나보다 2년 어린 덕후 후배를 통해서 자주 들었다. 녀석이 좋아하던 3대 오락실 게임 중 하나인데, 녀석이 늘 이야기하던 게임은 게인그라운드, 인섹터 x 그리고 다크씰이었다. 하지 않았을 뿐 이 게임에 대한 기억은 있었다. 거의 하는 사람이 없던 고난도 게임으로 괴짜 데이터 이스트 답지 않은 진지한 작품이었다.

오락실 추억이라는 것은 보통 내가 플레이어로서지만, 아주 가끔은 관찰자인 경우도 있다. 데이터 이스트의 게임이 그랬던 것 같다. 체르노브, 카르노브,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같은 게임이 그랬다. 오락실에 제법 있었고, 친구들은 즐겼지만 나는 그다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터 이스트 특유의 센스는 늘 눈길을 끌었기 때문에 관찰자, 갤러리로 뒤에서 보는 것은 좋아했다.

그렇다 보니 데이터 이스트의 게임 중에 원코인을 했던 것은 로보캅 정도였다.

여하튼 손이 야무지지 못한 후배가 특별히 잘했던 게임이라는데, 거짓말할 녀석은 아니고, 뭐 대개 오락실 게임이라는 게 좋아서 계속 파고들면 늘 수밖에 없는 깊이라 녀석의 애정을 보면 잘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까지 해서 늘 관심을 갖고 찾았지만, 가끔 보이는 데다 그나마도 상태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는 요원했다.

그러다 작년 말쯤에 상태 좋은 물건이 경매에 나온 것을 지켜보다 비딩 했는데, 아주 아주 좋은 가격에 낙찰받았다. 애초에 기판 수집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상태가 너무 좋아 그냥 무시하기가 아쉬워서 기계처럼 낮은 가격을 적었는데 운이 좋았다.

요즘의 나는 상태가 엉망이거나 정크로 나오는 물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애초에 플레이를 위해 구매하기때문에, 수리와 정비에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기 싫다. 플레이를 위해서라면 미관이니 롬씰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상태가 좋을수록 고장의 위험이 적은 건강한 기판이기 때문이다. 돈을 더 주더라도 그런 기판을 구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오래 맘 편하게 플레이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지 않을 기판을 구매하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는데… 습관과 욕심은 버리기 참 힘들다.

게임은 쿼터뷰 시점으로 마이클잭슨의 문워커, 디아블로와 닮았다.(풍문으로 디아블로에 영감을 줬다는 말이 있더라)그래픽과 사운드가 출중해서 지금 해도 금방 몰입하게 된다. 데코에서 상당한 야심을 가지고 제작한 작품인듯하나, 시점때문인지 데이터 이스트 특유의 중독적인 손맛이 다소 뻑뻑했고, 판정에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첫인상이라 속단하긴 힘들다. 익숙해지면 아주 재밌을 거라 예상한다. 

많은 기판보다는 괜찮은 기판만 골라서 소장하고 싶은 것처럼, 인간관계도 그렇다. 젊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과 있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사람을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속으로 깊게 들어가기 위해 수를 줄이는 것처럼, 내 마음 역시 아무에게나 보여 줄 수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남은 시간은 줄어드는데, 어릴 때처럼 시시한 관계나 만들며 인생을 허비하기 싫다.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만남을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늘 진심을 다듬을 수밖에, 인생에 다른 얕은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