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덴 1, 일주차 원코인을 하고…

2024. 3. 6. 17:59오락실 기판

 

디폴트 설정 연사 15였다.
안전지대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라이덴 1을 원코인으로 한 바퀴 돌았다. 일본 슈퍼 플레이어들처럼 몇 바퀴를 돌고, 천만 점을 달성하는 수준의 엄청난 성과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간 용기가 좋았고, 그에 맞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와준 아이템들이 좋았다. 그 순간은 디자인이 예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는데, 마치 흔한 소년 만화에 히어로가 딱 때 맞춰 등장하는 것처럼 뽕이 차올랐다.

약간의 행운과 나로서도 믿기 힘든 멋진 플레이가 있었다. 어릴 적 오락실 다닐 때처럼 한 번 선을 넘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서 나 자신은 라이덴 1을 원코인 한 사람이지만, 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연습이 더 필요하긴 하다.

그리고 계속 잘 못하다가 며칠 전에 한 번 더 원코인을 했다. 이전보다 좋은 상황이었는데,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뒤로 갈수록 더 못했다. 그러나 긴장된 순간에 단 한기와 단 하나의 폭탄으로 또 마지막 스테이지를 실수 없이 클리어하는 나름의 쾌거였다.

오락실 게임은 원래 이렇게 즐기는 거다. 한두 달 열심히 친구들과 도전해서 누군가 원코인을 하면 그 플레이어를 따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한계를 넘어 클리어 한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 그 게임을 숙련하며 더 높은 경지(이를테면 하이스코어)로 간다. 이 모든 과정이 약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만약 게임의 인기가 줄어 수익이 저조해지면 오락실에서 밀려 사라지게 되고, 게이머는 그 게임을 찾아 다른 오락실을 떠돌았다.

20년 넘게 도전했던 건스모크에 비하면 라이덴은 한 달 만에 원코인을 했으니 쉬운 일이었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다른 일처럼 게임에도 상성이 있는데, 라이덴은 내가 절대 잘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듯 잘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초대 라이덴은 위대한 걸작이고, 오락실 키드로서 라이덴 원코인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나무위키와 유튜브로 경험을 간접 체험할 때, 나는 선명하게 살아있다.

아직도 이렇게 온몸으로 맞서 싸운다. 그리고 이 생생한 감정은 오롯이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