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4. 17:49ㆍ오락실 기판








오락실에 그럭 저럭 깔렸던 게임이었지만, 인기가 있었냐면 그렇지는 않았다. 데이터 이스트 어금니 시리즈 3부작 중 2부였고, 그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
나 역시 오락실에서 별로 즐긴 기억은 없었지만, 다시 ps1 버전을 우연히 해보곤 홀딱 반한 게임이었다. 이후 세가 새턴 버전까지 구매했지만, 당시에는 기판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매물을 봐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다 기판에 빠지고는 갖고 싶은 리스트 중에서 항상 상위에 있었다. 결국 처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서 거의 두 배가 넘게 주고 샀지만, 이 가격에도 조금의 후회는 없다. 상태가 거의 신품급으로 좋으면서 각종 매뉴얼과 인스트 카드가 오리지널로 모두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양방향 로봇슈팅 게임인데, 조작이 사이드 암스처럼 버튼 두 개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그 방향으로 샷이 지속되는 방식으로 흔한 방식은 아니지만 조금 하면 금방 익숙해진다.
뭣보다 컷신이나 음악의 조화가 대단히 훌륭해서 로봇에 로망을 품은 게이머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게임 시작 시에 로봇의 세 부분을 각각 4개의 파츠로 64가지 스타일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그 스타일에 하나하나 이름이 있다는 것 역시 멋있다.
다양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보니 게임 플레이도 자신만의 개성넘치는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게임 디자인 역시 클래식 슈팅이나 탄막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아 신선하다.
로봇이 죽어도 파일럿이 탈출해 마지막까지 싸우는 게 독특한데, 아마도 이런 부분이 다음 해에 출시된 부기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부기윙 역시 국내에 엄청 많이 풀린 게임이었는데, 당시엔 당연하게도 인기가 없었다. 부기윙이 꿈꾸고 그린 자유도 넘치는 게임성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느껴지는 난잡한 피로감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부기윙의 전작이라 할만큼 닮은 유전자를 가진 울프 팡도 그래서 만만히 볼 게임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임이고, 그만큼 극복했을 때 만족감이 크다.
호불호와 상관없이 이 당시 데이터 이스트의 게임들은 대단했다. 메이저와 인디를 오가는 독특한 센스와 게임성, 그 간극이 마치 개와 늑대 같았달까.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들은 과연 인간의 영원한 사랑을 받는 개를 꿈꿨을까, 들판을 자유롭게 질주하는 늑대를 꿈꿨을까.
공교롭게도 최근 새턴 버전 울프 팡이 스위치와 플레이 스테이션 5로 복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턴 버전은 플레이 스테이션 1버전에 몇가지 추가를 한 완전판이지만, 놀랍게도 플스버전에 비해 빠진 부분이 있다. 물론 당연하게도 둘 다 아케이드 기판과는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늑대가 돌아온다, 늑대가…
기어를 바짝 올려라. 그들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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