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3. 18:17ㆍ오락실 기판




몇 년 전에 구매했던 복사 기판이다. 팩맨 같은 도트이터류의 게임이지만, 실제 정치인 풍자를 주제로 만든 만큼 그래픽이 특이해서 해외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 같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제목처럼 “이주일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를 연상시키는 덕에 오락실에 제법 깔렸었다.
무엇보다 적 캐릭으로 등장하는 유명인들, 타모리, 자이언트 바바, 마이클 잭슨, 마를린 먼로가 엄청난 센스의 도트로 그려졌다. 각 캐릭의 특징을 살리는 애니메이션도 아주 일품이고, 그 적에게 잡혀서 죽을 때의 콘셉트도 코믹하다. 그래픽만큼 대단한 게 음악이다. 소위 뽕짝 그러니까 일본으로 따지면 엔카인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중독적인 음악이다. 이 게임의 음악가가 코어랜드에서 이어 만든 게임이 청춘 스캔들, 그리고 노보랑카로 모두 같은 스타일의 엔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인데, 지금 들어도 세련된 느낌이 드는 명곡들이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등장인물들의 저작권 때문에 절대 이식할 수 없는 게임이다.
정품으로는 간간히 일옥에 나오는 게임이지만, 복사는 내가 구매한 이 기판 외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탈리아에서 청춘 스캔들과 함께 구매했는데, 당시 리스트에는 80년대 초반의 기판들이 다수 있었다. 다른 게임들 몇 개 더 살 걸 그랬나 하고 가끔 생각하곤 한다. 그만큼 못보던 게임들이 많았다.
굉장히 특이하고 나름의 완성도도 갖췄지만, 가격때문에라도 추천할 기판은 아닌 것 같다. 나야 몇 년 전에 반가운 마음에 복사로 아주 싸게 구매했지만, 딱 그 정도의 만족을 주는 어쩌다 한 번 키는 기판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이 게임이 잊을 수 없는 추억과 맞물려있어, 단 한 번이라도 그 시절 기통에서처럼 음악을 듣고 실기로 컨트롤하려고 구매한다면 굳이 말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기판은 이성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가의 초기를 책임졌던 코어랜드는 이후 시시한 게임(라플레시아)을 내고 흥행에 실패해 세가와 사이가 틀어져서 뒤에 나온 노보랑카라는 게임은 세가 시스템으로 개발했으면서도 데이터 이스트의 기판으로 발매했다. 그래서 좋은 시절에 발매한 코어랜드의 게임, 대표적으로는 청춘스캔들 같은 게임을 권리 문제로 그동안 이식하기 힘들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최근 아스트로 시티 미니에 청춘스캔들이 실리면서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
코어랜드의 노보랑카는 무당벌레 인간이 날아다니는 슈팅게임으로 역시 괴이한데, 음악 또한 흥겨운 뽕짝… 오락실 좀 다닌 아이였다면 보는 순간 아! 이 게임할 게임이다. 역시 이식은 없었다.
코어랜드는 어떤 의미로든 하드코어하다.
끝으로 그들이 결국에는 세가품을 떠나 오덕의 끝판인 반다이 산하, 반프레스토가 되었고, 수십년간 세가의 라이벌이었던 거물 남코가 반다이와 합병하며 반다이남코라는 회사가 만들어진다. 세세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세가에게 버림받을 때의 코어랜드도 이런 세상은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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