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링 황금나무의 그림자를 마치고...
2024. 7. 31. 10:36ㆍ생각




며칠 전에 엘든링 DLC 황금나무의 그림자를 마무리했다. 최종 보스를 잡은 것이다. 난이도를 생각하면 본편 후반부에 나왔던 보스들에 비해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말레니아의 난이도와 완성도에 비견할 보스는 없었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생각하자면 본편보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조금씩 올라갔지만 본편의 다양한 캐릭터 군상과 내러티브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 어찌보면 외전에 불과하면서 본편의 서사에 큰 충격을 주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추리소설의 구성을 갖추고, 누군가의 성흔을 따라가며 그 캐릭터의 고뇌를 상상할 수 있었다.
작금의 게임들이 너무 편하고 친절해서 갖추지 못한 부분이 엘든링에는 있다. 바로 사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이머는 제작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고민하는 것을 즐긴다. 그렇지 못한 게이머도 실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인간은 고뇌할 수밖에 없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스스로 현명해지기를 원한다.
틈새의 땅은 바로 그런 부분에 위치한다. 삶처럼 모든 것이 모호하다. 온전한 정의나 순결한 기쁨은 없다.
스스로 신이 되기를 바란 자는 바다가 보이는 푸른 꽃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망설임을 이곳에 버린다."
싯다르타의 해탈을 보는 듯한 전율이었다.
위대한 게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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