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올림픽 84, 불의 노래를 들어라

2023. 10. 16. 11:28오락실 기판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기판 상태는 좋다.
롬이 다른 버전들과 달리 거의 마스크롬이다. 기록 보관을 위해 배터리 소켓을 장착했다.
작은 차이가 있는 타이틀 화면.
가장 쉬운 게임인데, 30년 만이라 만점은 못 받았다.
미니멀리즘의 극치인 당시 코나미 디자인, 지금 봐도 촌스럽지않다.

80년대 오락실에 가면 늘 있던 초 히트 게임으로 이후 이런 유형의 경쟁 게임 틀을 완성한 대단한 게임이다.  많은 아이들이 했고, 아무도 없던 오락실에서 홀로 울리던 반젤리스의 불의전차 테마는 절대 잊을 수 없는 BGM이었다. 
 
내가 그렇게 즐기던 게임은 아니었지만, 오락실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손가락을 엇갈리며 고속으로 두들기는 기술이 개발됐고, 웃을 수밖에 없던 광경들, 가차의 껍데기를 불이 날 정도로 버튼에 비비거나, 급기야는 연타를 위해 줄톱이 등장해 꼬맹이들이 줄톱을 들고 오락실에 입장하는 블랙 코미디가 연출됐었다. 
 
그렇게 피지컬적으로 연타를 하는 단순한 게임성이 내 마음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게는 멀찍히 뒤에서 코웃음 치며 구경할 뿐이었다. 그러나 오락실 기판을 구매하면서 당연히 그 시절을 추억할 수밖에 없었고, 오락실에서 큰 지분을 차지했던 이 게임은 마치 친하지는 않아도 늘 오락실에 있던 이름 모를 친구처럼 반가웠다.
 
이탈리아에서 구매한 기판은 하이퍼 올림픽 84였다. 사소한 그래픽 글리치가 있어 싸게 구매했고, 쉽게 고칠 수 있었다. 다만 이 기판이 마메에는 없는 버전이어서 모든 롬 체크가 어려웠는데, 어떤 이유인지 이전 버전과는 딱 한 가지 다른 화면을 보여줘 고장인가 했지만, 다른 모든 부분이 동일하고 어떠한 문제도 없으니 단지 버전이 달라서 그런 건 아닐까. 
 
게임을 구동하고 놀란 것은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경쾌하고 빠릿했으며 효과음이 귀여워서 단순한 게임성임에도 중독적인 즐거움으로 계속 생각나더라.
 
기판을 점검하기 위해 몇 시간을 텅빈 방에서 구동했다. 해가 넘어가고 방에 오후의 그늘이 올쯤에 몇 번이나 불의 전차가 연주되면서 지난 1984년이 생생하게 교차하는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오래전에 잊었던 익숙한 향기를 찾은 것처럼 코끝이 찡하고 내 몸과 마음은 알 수 없는 곳에 이른다.

사람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아 코나미는 그 시절에 게임을 정말 잘 만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