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6. 16:20ㆍ오락실 기판






어린 시절 첫눈에 반한 게임이었다. 이제 와서 보면 별 것 아닌데, 당시에는 드문 3 버튼에 다양한 속성의 아이템, 8개의 특수 기체를 제 때 소환하는 것이 어려웠다. 꼬마에게 오락실 게임은 쉬운 시스템 이어야 했다. 그래야 첫 플레이에도 허무하게 동전을 날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박력 넘치는 사운드, 기체의 변신이 지금 봐도 멋있는데, 그때는 두 말하면 잔소리. 나는 잘하지 못했지만, 동네에는 이걸 꽤 오래 하는 형들이 있었다. 그러면 뒤에서 멍하니 구경하곤 했다. 그래선가 내게는 제비우스, 아소를 잘하는 사람들이 멋있는 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시기의 SNK를 정말 좋아했다. 이카리, 아소, 사이코 솔저등 절대 다른 메이커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게 SNK는 별로인 회사로 인식됐다. 솔직히 말하면 네오지오도 안 좋아한다. 정말 많은 게임을 만들어낸 사랑받은 시스템이란 건 알지만, 특유의 B급 감성이 내게는 안 맞았다. 그래서 나는 킹오파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았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모든 필모를 보자니, 어느 순간 SNK의 방향성이 확 바뀐 게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그랬는지 내가 알 수는 없고... 실은 그렇게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80년대를 수놓았던 주옥같은 SNK는 그야말로 캡콤의 라이벌로 부족함이 없다.
그중에서도 이 아소는 정말 특별한 게임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기판을 구동했는데, 동전을 넣고 출격하는 그 과정만 봐도 가슴이 떨린다. 레버를 잡고 샷을 누르면 그 시절 쿨한 형들이 앞서 간다. 내게는 마치 아무로 레이 같았다.
기판은 수집 초기에 구매했고, 상태도 아주 양호하다. 왜인지 아직도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아, 오히려 좋다. 슈팅게임을 사랑하고, 80년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가져야 하는 기판이다.
이유는 필요 없다. 그냥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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