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인 그라운드, 이것이 세가 시스템 24

세가는 자사의 초기 아케이드 기판에 시스템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지점에 있는 기판이 시스템 24인데, 세가 최초로 24k 모니터를 지원한 것과 롬보드에 플로피 디스크를 함께 활용해서 기판을 구성했다. 그런 구성이었으니 국내에는 들어온 기판이 극 소수였고, 일본에도 많이 깔리지 않아 게임수가 많지 않다.

당시 고해상도인 24k를 지원하느라 시스템의 성능이 부족했는지, 스테이지의 스크롤을 최소화한 게임들이 많았고, 그로인해 다소 정적인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보난자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게임성, 오밀조밀하고 팝아트적인 그래픽에 슬로우 템포의 액션성을 떠올려보자. 이런 기판 성능의 특이점과 당시 세가의 폭발력은 어쩔 수 없이 창의적인 게임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보난자 브라더스, 크랙다운 그리고 게인 그라운드다.

그 중, 게인 그라운드는 인류 최후의 오락실이 문을 닫을 때까지 구동될 자격이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최근 유행하는 aos 게임의 원형으로 접근성과 직관성, 조작성 모든 것이 최고 수준이다. 24k의 그래픽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서 할 말이 없다. 그냥 보시라. 굳이 더 높은 해상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색상과 디자인 모두 우월하다. 게임성은 수 많은 캐릭을 걸음부터 손의 위치, 무기의 개성을 픽셀 단위로 조정한 수준이라 매 번 할 때 마다 다른 경험을 전해준다.

솔직히 어릴적에는 즐긴 게임이 아니었지만, 친한 후배가 자주 이야기해서 기억에 남았다. 그녀석은 뭔 오락실 이야기만하면 게인 그라운드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99퍼센트 메가드라이브판이었을 거다. 녀석은 아주 딥한 밀리터리 매니아라 따지고 보면 게인 그라운드는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이다. 다른 특기의 병들을 매 스테이지마다 골라서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승리하는 전쟁게임인 것이다. 난 밀리터리 매니아는 아니지만 이렇게 액션성과 퍼즐이 함께하는 오락실 게임을 좋아한다.

기판은 우연히 국내의 판매자에게서 보난자 브라더스로 구매했다. 구동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크로 구매했는데, 구동해 보니 놀랍게도 보난자 브라더스가 아니라 “숙제를 잃어버렸습니다” 였던가? 그런 퀴즈 게임이었다. 황당했지만 싸게 구매했기에 이해했고, 다크소프트의 시스템 24 멀티킷을 구매해서 게인 그라운드까지 구동했다.

그래서 사진에 있는 기판은 보난자 브라더스 였으나 숙제를 잃어버렸습니다로 컨버전 후 지금은 시스템 24 멀티킷을 장착해 거의 대다수의 시스템 24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멀티 보드 상태다. 언제고 후배를 초대해 게인 그라운드를 플레이 하고 싶다. 물론 나 혼자도 충분히 즐겁지만, 역시 오락실에는 친구가 있어야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