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기판(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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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내 인생 가장 쿨한 슈팅게임
어린 시절 첫눈에 반한 게임이었다. 이제 와서 보면 별 것 아닌데, 당시에는 드문 3 버튼에 다양한 속성의 아이템, 8개의 특수 기체를 제 때 소환하는 것이 어려웠다. 꼬마에게 오락실 게임은 쉬운 시스템 이어야 했다. 그래야 첫 플레이에도 허무하게 동전을 날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박력 넘치는 사운드, 기체의 변신이 지금 봐도 멋있는데, 그때는 두 말하면 잔소리. 나는 잘하지 못했지만, 동네에는 이걸 꽤 오래 하는 형들이 있었다. 그러면 뒤에서 멍하니 구경하곤 했다. 그래선가 내게는 제비우스, 아소를 잘하는 사람들이 멋있는 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시기의 SNK를 정말 좋아했다. 이카리, 아소, 사이코 솔저등 절대 다른 메이커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
2024.11.26 -
CPS2, 꿈의 기판
처음 기판을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섹시 파로디우스 때문이었다. 콘솔 이식작 중에 그거 하나가 빠졌는데, 레트로 카페의 회원이 파는 기판이 콘솔 이식작 보다 더 쌌다. 그 판매자의 리스트는 정말 멋있었고, 갖고 싶은 기판이 많았지만, 기판을 한 번도 구동해본적이 없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기분으로 섹시 파로디우스를 찜하고, 기왕에 사는 거 같이 사자라며 걸작 쉐도우오버미스타라와 에일리언대프레데터를 함께 구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xx도…그렇게 기판과 컨박을 구매하고 집에서 돌려본 최초의 기판 파로디우스는 놀라웠다. 그동안 온갖 에뮬과 콘솔 이식작으로 즐긴 오락실 게임이었지만, 기판에 파워를 넣고 시작하는 과정이 당연하게도 어린 시절 오락실을 완벽하게 떠올린 것이다. 하..
2024.11.22 -
스파이더맨, 캡콤에게 가지 그랬어
세가 시스템 32 게임 중에 골든액스 2가 있는데, 벨트 스크롤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아쉽게도 컨버전으로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 32가 귀해서 도너로 쓸 겸 저렴하게 구매한 스파이더맨이다. 시스템 32는 기술적으로는 정말 대단한 기판이다. 단 이 게임이 지향하는 바가 클래식 스파이더맨이라 캡콤처럼 현대적인 해석 없이 오리지널을 재현하는데 그쳤는데, 엉성한 클래식 아메리칸 코믹의 액션성을 그대로 반영해 액션게임으로 완성도는 절대 높다고 할 수 없다. 게임의 주요 타깃이 동전을 마구 넣고 즐기는 북미 게이머였는지, 게임의 난이도 역시 불합리하다. 체력자체가 낮고 플레이어가 딱히 숙련할 기술조차 몇 개 되지 않는데, 캐릭터별 특성도 별로 없고 다 거기서 거기라 파고들 거리까지 없다는 게..
2024.11.21 -
남코 클래식 컬렉션 vol.2, 영원한 클라스
남코 클래식 콜렉션 1은 진작에 가지고 있다. 북미의 유명한 아케이드 전문가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구매했었다. 이후에 몇 개를 더 구하긴 했는데, 가만 보니 고장난 기판을 수리하거나, 수리 후 컨버전해서 파는 물건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다 보면 잔고장이 제법 있어 꺼리게 됐다.Vol 1을 구매할 때 2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1에 비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파고들기를 할 게임의 기판을 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과연 2에 있는 팩맨, 디그더그, 방구차를 다시 할까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2는 1에 비해 일본에서도 가격이 싸고 그다지 귀하지 않아서, 나중에 필요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판 구매의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필요한 것 필요 없는 것 많이도 구매했다. 물론 나보다 엄청난 ..
2024.11.19 -
드래곤 버스터, 남코 황금기의 한 조각
당연히 추억은 없는 게임이었다. 재미로 패미컴 팩을 몇 개 일옥에서 낙찰 받았는데, 거기에 드래곤 버스터가 있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남코 기판을 구매하면서 황금기의 기판들이 눈에 들었지만, 가격이 다 굉장히 높았다. 아무리 대단한 게임이라고는 해도,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성만으로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기판을 구매하면서 몇 번의 좋은 기회를 만나고 결국 몇 개는 구매했다. 가격과 상태는 아주 좋았다.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드래곤 버스터는 보이는 것처럼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다. 그런 게임들이 노리는 미덕은 바로 조작하는 즐거움이다. 이 게임이 최초로 2단 점프를 시도했다는 것은 굉장히 유명한데, 실제로 게임이 오락실에 등장했을 때는 그 기술은 ..
2024.11.15 -
마법 대작전(Sorcer Striker), 교양 대작전
토아플랜이 망한 시점에 탄생한 라이징에서 발매한 게임이다. 토아틀랜의 스태프들이 합류했다지만, 딱히 여기에 토아플랜의 향이 진하게 난다는 느낌은 없다. 이 게임이 우리나라에 꽤 깔렸다는 것은 분명하게 기억난다. 이시절에도 나는 게임의 일러스트를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었는데, 당대 게임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아트웍과 일러스트를 보여줬다. 이런 라이징의 쿨한 일러스트는 서양 코믹같은 느낌이 더해지면서 배트라이더나 창궁홍련대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그러나 세가의 폴리곤 게임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2D 슈팅 게임들처럼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즐기긴 했지만, 원코인에 도전할 정도로 깊게 빠지진 않았다. 내 게임의 원류가 오락실 게임이고, 내 태초의 오락실 게..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