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기판(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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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shark, 균형과 퉁퉁이의 노래
국내에서 파이어샤크 기판을 타이틀 화면에 아주 작은 글리치가 있다는 이유로 조금 싸게 샀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타이틀 화면 말고도 게임 중에 그 글리치가 보였다. 특정한 부품 하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게임을 하는데 아아주 가끔, 작게 보이는 정도라, 거슬리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요즘 한창 빠져있는 게임이고, 완전히 반해버려서 처음 그대로 즐기려는 계획과는 달리 별 문제 아니라도 해결하고 싶었다.하지만, 이렇게 미세한 문제를 국내에서 고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럴 수 있다면 벌써 고쳐서 팔았지 싶었다. 그래서 고치는 건 고치는 거고, 하나 더 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가 무섭게, 거짓말처럼 해외에서 파이어샤크 판매 글을 발견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쌌는데, 문제는 판매자가 기판..
2023.06.18 -
교! 교! 교! 1980년대여 심장을 쏴라!
전에 파이어샤크 1주 차 원코인했다고 주절거렸는데,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그 글에도 적었지만, 파이어샤크는 너무 쉬운 게임이라 원코인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파이어샤크가 마음에 걸린다. 그게 최선이라고? 그게 토아플랜 캡짱이라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롬 몇 개를 쳐 사메사메사메로 컨버전했다. 여기 뭔가 더 있어, 그래야 해. 그렇게 해 본 교교교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봤던 한국 콜렉터들이 가지고 있는 어렵다는 파이어샤크, 한국 버전은 korea harder버전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러 몇 번 확인했으니 틀림 없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어렵긴 하지만, 교교교는 더 한 놈이다. 물론 난이도 높은 게 뭔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다 일 수도 있다. ..
2023.06.09 -
초시미궁 LEGION, 시간을 달리는 슈팅
내 인생 오락실이라고 할 수 있는 밍키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이다. 밍키 오락실은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오락실로 동네 사람이 아니면 찾기 힘든 곳에 있었다. 내가 살던 집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로 아침에 일어나 게임하고 등교할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락실 주인이 아주머니였고, 아저씨는 본 적이 없다. 어린 딸이 몇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희미하고, 여튼 아주머니라 오락을 하지도 않았고 잘 몰랐다. 그래서인지 맨날 뻔질나게 드나드는 꼬마였던 내 말을 잘 들어주셨다. 인천 친척집에 다녀와서 거기서는 “이런 저런 신작 게임이 인기더라, 그건 여기 친구들도 좋아할 것 같다. ” 그러면 그 게임을 가져다 주셨다. 그 밍키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 중에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하나가 이 게임이..
2023.05.14 -
마계촌, 유년기의 끝
건스모크가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면 마계촌은 어머니와의 추억일까. 이 게임을 처음 본 기억을 거슬러가면 결국 엄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갔던 기억에 도착한다. 당시 젊은 나이였던 엄마는 활동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장난끼 많은 여성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에 쳐박혀 있던 나를, 오락실, 만화방에 끌고 다니셨다. 속초에는 곳곳에 오락실이 있었지만, 시장에 있는 오락실은 어린 내게 너무 먼 곳이라 아주 가끔 엄마를 따라가는 일이 아니면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극했고 실제로도 시장이라 신기한 게임이 있었다. 마계촌을 처음 본 오락실은 시장 초입, 2층에 있던 오락실이었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면 낮은 조명에 다수의 오락기통이 있었는데, 거기 문 왼쪽 좁고 길게 늘어선 오락기통 중에 ..
2023.04.05 -
SON SON, 내 마음의 천축을 찾아서
손손은 오카모토 요시키의 캡콤 이적 후 첫 번째 작품이었다. 사장은 오카모토의 장기였던 슈팅게임 제작 대신 액션 게임을 만들 것을 요구했고, 그는 액션과 슈팅의 어느 지점에 있을 법한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의 외관과 달리 제비우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비우스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여하튼 게임 자체로 보면 지금도 통할만큼 그래픽, 음악, 조작성 모두 훌륭하다. 그 시절에는 이 게임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뭐 말하면 입 아프다.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이 2인용을 지원했다는 건데, 지금에야 그게 뭐 대수겠냐만. 당대에는 동시 2인용 게임이 거의 없었고 한 사람이 죽으면 같은 게임의 내용을 다른 사람이 한 번 더 도전하는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손오공과 저팔계..
2022.07.30 -
제비우스, 제 3종 근접조우
오락실이란 곳을 회상하면 여러 가지 상념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첫 단추를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 제비우스를 빼놓고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겠지. 제비우스를 처음 까치발로 봤을 때 그 신비로움. 지금 봐도 아름다운 그래픽, 절제되고 감각적인 사운드다. 나즈카라는 인류의 거대한 몽상에 그려진 슈팅게임. 어린 내겐 게임이 품고 있는 세계관이 거대해서 쉽게 동전을 넣지 못했다. 느린 기체의 움직임과 죽었을 때의 상실감을 이해하기 힘들었지. 오락실이란 제비우스 그 자체이다. 유년기의 풀기 힘든 수수께끼이며, 벗어날 수 없는 환상의 원형이랄까. 남코라는 거대한 산이 만든 걸작, 제비우스. 지금 시대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영원할 제3종 근접 조우, 금자탑이다.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