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3. 15:48ㆍ오락실 기판



아이렘이 게임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것은 맞지만, 아이렘의 업적은 초기에 더 집중되어있다. 그게 현 캡콤 회장 츠지모토 켄지의 실력일지도 모른다. 그가 닦아놓은 반석이 그가 떠나고도 아이렘의 근본이 됐을 수 있으니까. 아이렘의 거의 모든 기판이 고가로 거래되는 것과 상관없이, 아이렘의 코어는 딱 두 개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대단한 알타입, 그리고 전설 최후의 인도다. 사실 최후의 인도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여러 다른 게임들과 혼동했고, 나중에 게임을 찾아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기억했을 뿐이다. 그러니 내게 최후의 인도가 인생 어느 한 구석을 차지하는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를 먹고 게임사를 지긋이 바라보고 나서야 최후의 인도가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 알았으니까.
지금도 아이렘의 도트는 많은 이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만, 개인적으로는 M72 기판 다음의 아이렘 게임은 영 내 취향이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해저대전쟁도 그렇게 멋지다는 느낌은 없다. 심지어 언더커버캅스는 그림 좀 그리는 중딩이 그린 수준의 데생, 개성이고 뭐고 형편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높은 평가를 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아이렘의 전통같은, 제작진들의 성실함, 그로인한 밀도 높은 결과물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M72속 도트는 다르다. 오카모토 요시키도 인정한 아이렘의 도트. 알타입과 최후의 인도는 이미 도트로 회화를 그렸다고 해도 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특히 최후의 인도에서는 마치 극화 작가가 그린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조화가 놀랍다. 배경은 상상력을 위아래로 높고 깊게 자극하고, 뛰고, 찌르고, 던지는 츠키카게의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무기에 따른 조작감은 말할 필요 없이 즐겁다. 그리고 군무를 추듯 달려드는 무수한 적들의 움직임들! 음악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보적인 사운드다. 마치 사극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듯한 상쾌한 구성에 전곡이 게임 안에서만 소비되기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엄청나다.
게임이 어렵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정도는 아니다. 아무래도 정보가 드문 시절의 게임이라 구전되며 더 과장된 면도 있다. 그러나 아이렘이란 회사의 뚝심이 그렇듯, 아무나 덤비라고 만든 게임은 아니다. 게임 그까짓 거에 뭔 그런 대단한 의미가 있을까? 물론 있다. 그중에서도 최후의 인도는 그 제목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진심이고 비장하다.
얼마나 대단했냐면 사실 아이렘은 이 절정 이후 계속 내리막이었다. 그게 1988년이다.
최후의 인도는 아이렘이 아이렘으로 남을 수 있었던 츠키카게의 위대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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