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5. 17:54ㆍ오락실 기판





아카트로닉스에서 보고 계속 마음에 담아뒀던 게임이었다. 남코에서 이런 게임도 만들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해 알아보다가 아카트로닉스 주인장의 포스팅에 이 게임이 버블보블과 같은 해에 릴리즈 됐고,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짝사랑을 하면서 이전에 히트한 게임의 남은 보드를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며 그 게임의 이름이 1983년에 남코에서 발매했던 리블라블이라는 미묘한 진실에 다가섰다.
1983년에 발매된 게임의 기판이 남아서 그 기판의 재고 떨이를 위해 1986년에 게임을 만들었으니 기판의 성능이 충분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남코의 전작인 탱크 바탈리온의 소박한 게임성을 공유한다.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탱크로 바꿔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게임 난이도는 남코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어렵다. 여러 종류 적이 나오는데 그 적들마다 단 한 가지 무기로만 제거할 수 있다는 핸디캡, 게다가 실제로 해보면 1p 기준 피노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빠릿하지 않아서 피하고 도망가기가 쉽지 않다.
리블라블 기판의 명성처럼 눈길이 가는 부분은 게임의 사운드였다. 물론 구매 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봤다는 것을 인정한다. 미리 기대했음에도 기판의 사운드가 놀라울 정도로 청명하고 흥겨워서 하드웨어가 소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진정 사랑했던 오락실 게임은 오로지 기판과 기통을 통해야만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오히려 기판의 특징이 화면과 조작감보다는 사운드에 더 있는 게 아닐까.
기판은 오랫동안 찾았던 만큼 가끔 해외 라이선스 기판을 몇 개 봤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은 아니었다.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닌 기판, 급할 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번도 구동하지 않은 새것이며 문제없이 구동될 것이 틀림없지만, 구동하는 법을 몰라서 확인 못했다는 문구를 보고 구매했다. 물건이 와서 보니 마카로 리블라블이라고 적혀 있어서 기판 자체는 새것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롬만큼은 완전 새것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이 기판은 상태가 좋은 리블라블을 새 토이팝 롬으로 교체하고 짧게 구동했거나, 어쩌면 말대로 구동하지 않은 물건일수도 있겠다. 가격도 여태 만난 토이팝 기판 중에 가장 저렴, 그야말로 개꿀이었다.
어쨌든 퓨어한 새것이 아닐지라도, 새것처럼 상태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기판 구매했던 시기를 절반으로 나누면 앞의 전반은 정말 멍청한 기판들까지 닥치는 대로 구매했는데, 후반전에는 그래도 참을성 있게 똘똘한 기판을 많이 구매했던 것 같다.
가끔 이런 예쁜 기판을 꺼내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오늘 기분이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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