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6. 12:09ㆍ오락실 기판


꼬맹이 때 좋아했던 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첫 판에 잔기를 몇 백에 가깝게 늘릴 수 있는 버그가 있어서 아무도 없는 일요일 아침 같은 시간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비밀을 오락실 주인아주머니도 알게 돼서 비기는 금기가 됐다.
화사하고 귀여운 그래픽에 훌륭한 bgm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 당대에 꽤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에야 이 게임의 중요한 코어가 디그더그에서 왔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 그런 걸 알 수 없었다.
북미에서 꽤 성공했는지 이베이에는 굉장히 많은 매물이 있다. 그래서 가격도 다른 기판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의외로 상태 좋은 게임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오래 눈팅하다가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놈을 저렴하게 몇 년 전에 구매했다. 그리고 미루던 잠마 어댑터를 어제 만들고 구동에 성공했다. 이 기판을 살 때 즈음 기판 구매에 염증을 느꼈다. 가정에서 소비하기에 너무 많은 물량이 쌓이면서 게임을 즐기는 시간보다 정리하고 고치고 컨버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서 그랬다.
그런 것을 더 즐거워하는 유저들이 많고, 그게 딱히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겐 즐겁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로 느껴져 변화를 고민하다 기판을 멀리했다. 그때부터 밀린 기판들이 제법 있는데, 며칠 전에 베란다를 정리하면서 잊었던 기판을 찾아 조금씩 정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기판도 언테스티드로 구매한 거라 반신반의했는데 구동이 좀 불안하긴 해도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미스터도 기판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이 기판이 이후에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원더보이 1을 배출한 세가 시스템 1과 무척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길 없는데, 미스터도의 제작사인 유니버셜은 이후에 UPL로 바뀌고, 그곳에서 원더보이 1을 만들었던 니시자와 류이치가 일했던 것은 사실이다. 니시자와 류이치는 테칸에서도 일했는데 그곳에서 원더보이 2의 사운드 디렉터인 사카모토 신이치를 만났을 것으로 짐작한다. 미스터도를 만들었던 우에다 카즈토시는 이후에 테칸, 테크모를 거쳐 아틀러스를 창립한다. 아틀러스는 현재 세가의 대표적인 자회사로 페르소나, 여신전생 시리즈를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다.
더 깊숙이 모든 전말을 알고 싶지만, 여백으로 남기는 게 좋겠다. 물론 더 알 방법도 없지만…인간사라는 게 적당히 떨어져서 봐야 로망이라도 낄 자리가 있는 법이다.
덧글-거의 40년 만에 기판으로 플레이하면서 당연히 그 버그를 실행했는데…알고 보니 가능한 버전이 따로있었다. 타이토가 배급한 버전의 기판만 가능하다고 한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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