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11:24ㆍ생각

얼마 전, 자주 가는 카페에서 예전 오락실 게임에 연사 버튼 사용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설문 조사가 올라왔다. 갑론을박 의견이 나뉘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사용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주의다.
단, 연사버튼을 사용했다면, 자신의 게임 경험이나 결과를 이야기할 때 꼭 명시해줘야 한다. 그것은 어떤 게임을 원코인 클리어했다고 쓸 때 난이도가 이지였는지 디폴트인 노멀이었는지를 알려야 하는 것과 같다.
물론 개인이 재미로 오락실 게임 한 번 하고 대충 재밌었다고 쓰는 글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아직도 아케이드 게임의 하이 스코어를 집계하는 해외 및 국내 여러 커뮤니티가 있고, 이스포츠는 아니지만 그만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현실에서 혼자 즐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경쟁 및 경험을 공유한다는 취지라면 역시 정확하게 환경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아케이드 환경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하이 스코어 집계 할 때 분명하게 연사의 유무를 구분하고 등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연사는 1996년 4월을 기준으로 이후의 게임들은 연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전의 게임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아마도 연사가 심각하게 게임성을 망가뜨리는 경우를 고려한 듯 보인다. 이를테면 코나미의 올림픽 같은 경우는 연사를 사용하면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 연타 능력 자체가 게임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아예 연사를 사용하면 하이스코어 등재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연사를 사용해서 힘들어지는 게임도 있다. 이를테면 비상교 같은 한 화면에 허용된 샷의 수가 적은 경우, 연사를 사용하면 탄환이 낭비되며 자코를 한 발 한 발 사용해서 맞추기 힘들어진다. 특히 고전 슈팅 게임들이 기기의 사양과 게임 디자인으로 인해 그런 게 많다.
또 연사를 사용하면 원코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시선도 잘못됐다. 일본에서 1996년을 기준으로 연사를 허용한 이유는 그 즈음부터 정식으로 연사를 기본 장착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계속된 난이도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운 게임들만 많아지면서, 오히려 연사로 게임과 플레이어의 균형이 맞춰졌다고 생각한다. 사이드암즈는 1986년 나온 게임이지만 무기 옵션에 오토샷이 있다. 솔직히 그게 없다면 사이드암즈는 밸런스가 이상한 게임이다. 게임 제작자의 디자인 의도가 좁아 보이는데, 그런면에서 아주 잘 만든 게임은 아니다.
실은 1996년 이전의 라이덴 1, 2나 교교교 같은 게임도 그렇다. 이런 게임은 연사가 있어도 힘든데, 연사가 없다면 정말 말도 안되게 어려운 게임이다. 그 바람에 연사 없이 원코인에 몇주 차를 돌고 천만 점을 찍는 철인 같은 플레이어가 그 업적을 더 인정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 당시의 게임들은 경험으로 올라간 게이머들의 능력치를 보정하고 수익창출을 위해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어렵게 게임을 디자인했다. 어쩌면 이런 원죄가 슈팅게임 쇠퇴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슈팅 게임이 성장통을 거치며, 최후의 보루 케이브에 이르렀을 때 높아진 난이도를 따라 오토샷을 기본 탑재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심지어 기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적의 총알 폭풍속에서 회피가 불합리해지는 것을, 집중샷과 함께 기체가 느려지게 해,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쾌감까지 더했으니 케이브의 게임디자인이 빼어나다는 것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 미카도 오락실에서 플레이 하는 유명 아케이드 게이머들도 방송에서 연사를 사용하지만, 늘 원코인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연사를 사용하면 원코인은 누워서 떡먹기란 식의 의견이 그래서 불편하다. 그런 의견을 내는 사람이 드래곤 스피리츠, 라이덴 1, 2나 교교교, 1945 시리즈등을 연사든 무엇으로든 원코인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왜 그런지 알고있다. 사실 그들은 제대로 게임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눈으로 대충 보고 입으로 허세만 떠는 패션게이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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