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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인 그라운드, 이것이 세가 시스템 24
세가는 자사의 초기 아케이드 기판에 시스템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지점에 있는 기판이 시스템 24인데, 세가 최초로 24k 모니터를 지원한 것과 롬보드에 플로피 디스크를 함께 활용해서 기판을 구성했다. 그런 구성이었으니 국내에는 들어온 기판이 극 소수였고, 일본에도 많이 깔리지 않아 게임수가 많지 않다. 당시 고해상도인 24k를 지원하느라 시스템의 성능이 부족했는지, 스테이지의 스크롤을 최소화한 게임들이 많았고, 그로인해 다소 정적인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보난자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게임성, 오밀조밀하고 팝아트적인 그래픽에 슬로우 템포의 액션성을 떠올려보자. 이런 기판 성능의 특이점과 당시 세가의 폭발력은 어쩔 수 없이 창의적인 게임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보난자 브라더스, 크랙다..
2022.06.14 -
ESP Ra.De, 케이브는 개척자의 꿈을 꾸는가
내 오락실 인생에서 대학시절은 몇 개의 캡콤 게임과 대다수의 세가 게임으로 점철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대전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가 거의 모든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계속 깨지다가 기분이 상해서 도저히 대전을 하기 싫을 때나 아예 상대가 없을 때 했던 게임이 바로 에스프레이드였다. 에스프레이드 전 후로도 케이브 게임을 오락실에서 본 기억은 선명하지만, 돈파치나 도돈파치를 즐겼던 추억은 전혀 없다. 그만큼 적어도 내 오락실 루트에서는 인기가 없는 게임이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하는 것과 별개의 게임 라이프를 즐겼지만, 그래픽이 맘에 들지 않아서 더 안했다. 에스프레이드가 돈파치류와 그래픽이 크게 다른 점은 없었지만 기체가 아니라 인간형 캐릭터가 나오고 중간 중간 컷신이 들어가 있는 게 내 맘을 사로 잡았다..
2022.06.06 -
원더보이, 어게인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기판인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원더보이만 보면 좋아서 사고 싶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한 기판이 아니라서 보이는 대로 다 살 수는 없다. 이 기판은 세가의 시스템 1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시스템 2로 나온 것이 특별해서 구매했다. 사실 꼭 구매할 것은 아니었다. 눈이 돌아서 최초 입찰했는데, 아무도 덤비지 않아서 단독 입찰로 사게 됐다. 원더보이 중에 가장 상태 좋은 건 아니지만, 양호한 편이다. 단 아쉬운 점이라면 세가 방열판 스티커가 없다는 것 정도. 여튼 지금은 대만족.
2022.05.30 -
긴 게임의 마지막 샷
그냥 숙제처럼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도망갈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게 쉴 곳이었을 수도 있다. 책과 영화,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그걸 즐기는 시간에는 내가 왠지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어떤 창작물을 만나던 그걸 만든 사람에 대한 이해와 결국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대한 존경심이 동시에 생긴다. 창조의 위대함, 그건 무엇이든 만들어 본 사람이면 안다. 그래서 모든 피조물을 존중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몇 년 전에 같이 운동하던 후배가 자살했다. 강철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제였다. 녀석이 무엇인가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단 건 알고 있었다. 병마가 아끼는 사람을 앗아가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밝고 강한 사람이..
2022.05.22 -
잊지마! 전설, 원더보이 몬스터 랜드
40대 이상의 오락실 세대에게는 모를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전설적인 게임이다. 자식이 있다면 일빠따로 권해주고 싶은 초명작으로 그래픽, 음악, 볼륨, 창의성, 조작감, 레벨 디자인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지금 해도 쾌락 그 자체로 똘똘 뭉쳤다.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공략, 해설이 넘쳐나지만, 당시에는 동네 꼬마들과 퍼즐 풀듯이 매일 한 스테이지씩 전진해서 엔딩을 본 추억이 있는데, 특히 마지막 스테이지는 벨 아이템을 들고 오락실을 지키던 아이들과의 협업으로 길을 하나씩 찾아, 동네에서 최초로 엔딩에 성공하고 함께 환호했다. 오락을 클리어하는 과정 자체가 동료들과의 끝내주는 모험인 셈이다. 그래, 오락실은 세상 전부였고, 원코인 엔딩은 모든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한 우리는... 어느..
2022.05.05 -
쿼텟 2, 나와 함께!
이상하게 세가 게임을 많이 소개하는데, 내 어린 시절에는 그만큼 세가의 영향력이 컸다. 세가는 직영 오락실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게임을 스스로 제작, 퍼블리싱했다. 그중 쿼텟은 세가의 초창기가 얼마나 세련됐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도 상상하기 힘든 4인용 게임이었으며, 단순히 색만 바뀌는 캐릭터가 아니라 생김새부터 각각의 성능이 다 다르다. 그래픽은 지금 봐도 멋진 디자인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색감이다. 음악이 또 대단한데, 이 당시 세가 게임음악은 그 시대 일본의 트렌드를 담았을까, 음악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대중문화를 상상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의 세가 음악을 몹시 좋아한다. 그 중 쿼텟과 판타지존이 특히 맘에 들어서, 내 폰의 벨소리로 해놓을 정도다. 쿼텟의 음악은 스테이지마..
202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