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5. 13:39ㆍ생각


오늘 이런저런 일을 하러 일찍 나가면서 카메라를 챙겼다.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다. 가는 길에 대포항 방파제가 있어서 들렀다. 이곳은 언제 가도 행복한 곳이라 꼭 그 풍경과 감정을 다 담고 싶지만, 솔직히 조금도 담지 못했다.
글을 계속 읽고 써야 느는 것처럼, 사진도 좋은 사진을 계속 보고 많이 찍어야 늘겠지. 그런데 나갈 시간이 없다고 핑계나 대고 있으니 언제 좋은 사진을 찍는단 말인가.
디지털카메라지만 뷰파인더로 보고 찍은 사진을 액정으로 확인하지 않으려고 했다. 마치 예전 필름 카메라로 찍고 현상해서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딱히 어떤 고집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래야 사진이 는다길래... 귀는 얇아서 따라 해 보려고 한다.
그랬더니 찍은 사진의 절반 이상이 너무 밝아서 망한 사진이었다. 사진기에 대한 기초도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머지는 또 엄청 어둡게 나왔다. 그래도 후지 카메라의 시뮬레이션이 그럴듯한지 예전에 필름으로 찍은 사진처럼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사물을 더 정확하게 찍는 것은 지금의 영상장비가 더 좋을 텐데, 왜 더 흐릿하고 뭉개진듯한 예전 필름 카메라에 가까운 느낌을 찾게 되는 걸까.
개인이 사진에 장면을 담고싶은 게 사물과 사건의 또렷한 진실 보다는 그 장면에 묻은 느낌, 감정, 분위기라서 그럴까.
인간은 기계처럼 어떤 순간도 완벽하게 다 느끼고 저장할 수 없으니, 주관적으로 감정과 장면을 섞어 취사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나쁜 순간은 지우고, 근사한 순간만을 저장하고 싶을텐데, 삶이란 향기같아서 좋고 나쁨을 흑백처럼 간단히 자를 수 없다.
그렇다. 필름라이크란 인간 감정의 경계에 피어나는 안개 마냥 어느쪽에 더 치우치지 않고 모호해서 매력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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