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A, 에스파, 윈터 그리고 도돈파치 대왕생

2024. 12. 2. 12:38생각

https://youtube.com/shorts/KacDfsObRO4?si=kkbeDVXHXN4nP_N8

마치 비행하는 물체에 탄듯한 연출.

며칠 전에 MAMA라는 공연에서 빅뱅이 화제였는지, 유튜브를 켜면 핫한 동영상으로 추천이 많았다. 지드래곤이라는 가수가 거의 7년 만에 공식으로 무대에 섰으니 화제가 될 만도 했다. 7년이 어떤 시간인가 내가 중1이었다면 대학생이나 되어서 다시 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스타였고, 그를 사랑했던 소년, 소녀가 얼마나 많았나, 그들의 인생을 생각하면 정말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댓글에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다시 인생이 재밌어질 것 같다는 뭐 그런 애정 넘치는 말들이었다. 나 같은 늙은 어른이 봐도 참 재능이 많은 가수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것이, 아우라와는 좀 다른데, 역시 연예인에게는 이런 바이브가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관련 동영상을 몇 개 봤더니 에스파의 마마 등장 영상이 떳고, 예뻐 보여서 무심결에 클릭했는데, 굉장히 놀랐다.

에스파가 늘 그랬듯 SF 이미지였는데, 흐르는 음악이 너무 낯이 익었다. 나는 부랴부랴 그 음악이 익숙한 이유를 찾았고, 무대에 흘렀던 에스파 윈터의 솔로 노래, 스파크와 찾은 곡을 번갈아 틀어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게는 분명히 같은 소절이 들렸다. 
 
그 소절의 음악은 케이브의 게임 "도돈파치 대왕생"의 첫 번째 스테이지 BGM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uuApOJSP9E

애초에 에스파의 이미지가 초능력자라는 것은,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콘셉트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일본이고, 분명 에스파의 제작자는 일본 문화에 익숙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이 도돈파치 대왕생이라는 게임 혹은 이 게임의 음악을 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매 당시 구매했던 밀봉 PS2 도돈파치 대왕생, 게임 포스터도 역대 최고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표절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무시받았던 서브컬처에 깊숙이 들어갔던 사람으로서 생각못했던 콜라보와 시너지에 감동했다고 말하고 싶다. 게임이 다른 장르로 부터 받은 게 얼마나 많은가. 꽤 오랫동안 게임은 하부 문화로서 단순 표절에서 오마쥬까지 폭 넓게 배려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2024년 현재, 톱급에 위치하고 있는 K 팝의 걸그룹이 이 매니악한 콘셉트를 잘 차용하고 믹스해서 세계 팝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게 감개무량할 뿐이다. 
 
내가 케이브의 모든 게임을 깊게 즐기지 못한 상황에서 단연 도돈파치 대왕생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문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본 곳 까지는 도돈파치 대왕생이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전작 도돈파치의 위대한 시스템에 강렬한 드라마와 캐릭터를 더함으로써, 슈팅 게임이 갖추어야 하는 궁극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캐릭터는 다름 아닌 나미키 마나부의 음악과 엘리먼트 돌이라는 여성형 로봇을 추가한 것이다. 
 
이 두 개의 코어를 SM의 에스파가 가져왔다. 비행선 위에서 나미키 마나부 풍의 음악에 안무를 펼치는 윈터의 움직임과 표정이 내가 상상하던 파티마, 엘리멘트 돌 그 자체로 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O_8ewx4DN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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