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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엑스포, 그 시절과 코스모스
한 달 전에 우연히 킨텍스에 오락하러 오라는 말을 전화로 듣고서 마음이 설렜던 것 같다.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었지만, 그 시간 이후로 나는 아내에게 말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일정을 조율하고 이틀에서 사흘 정도를 비웠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디 만만한 게 있겠나. 작은 파도부터 큰 풍랑까지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지만, 월말에는 오락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상상으로 위안 삼았다. 아내에게 말하자, 아주 쉽게 승낙했고, 일정이 좀 힘들지 않겠냐는 걱정을 들었다. 며칠씩 쉬면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게 늘 미안하다. 같이 여행이나 전시회를 가보지 못한 게 벌써 몇 년째인가. 그래도 이 시간은 양보하기 싫었다. 설사 아내가 화를 내도 이번에는 허락보다 용서를 받아서라도 갈 셈이었다. 물을 떠나 살 수 없..
2025.05.28 -
리블라블과 버블보블, waves of inspirations
토이팝 기판을 구매하고 리블라블이라는 1983년에 출시한 게임의 남은 기판을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란 사실을 알았다. 리블라블? 스쳐가며 몇 번 본 적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게임인지 몰랐다. 자료를 뒤질수록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졌다. 리블라블은 팩맨으로 유명한 거장 이와타니 토오루의 작품이었는데, 국내와는 달리 본토 일본에서는 나름 확고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코 황금기의 오락실 게임은 국내 오락실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유튜브 에디션으로 게임을 감상하면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난해한 게임이었다. 여튼 게임을 계속 감상하면서 머릿속에 작은 생각들이 고리에 고리를 이루며 이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끝에 이르러서 대한민국에서 ..
2025.05.16 -
세이부 컵 사커, 어떤이들의 꿈
세이부 컵 사커를 그 시기에 해 본 적은 없다. 시기적으로 어른이 되는 길목에 있었던 만큼 아마도 다른 일들로 바빴을 것이다. 기판 구매하는 취미가 생기고 가장 많이 보았던 기판과 사연이 아니었을까. 정말 많은 국내의 오락실 키드들이 다시 하고 싶어 하는 게임이었지만, 세계에서는 알아주지 않는 국내에서 사랑받은 특별한 게임이었다.추억이 없을뿐더러 스포츠 게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구매할 생각은 없었지만, 우연히 해외에서 상태가 꽤 괜찮은 녀석을 국내 판매가격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길래 구매했다. 특히 그렇게 국내에서 사랑받는 게임인데도 제대로 된 상태의 기판이 거래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 하나 정도는 깔끔한 게 있으면 정보차원에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뭣보다 가..
2025.05.04 -
위험한 가정교사, 이케나이 루나선생
표현의 자유에 굉장히 너그러운 일본 만화계에도 몇 번의 큰 사건이 있었는데, 단연 첫 번째는 나가이고의 파렴치 학원 사건 일 것이다. 소년점프에 연재하면서 우리 정서로는 거의 성인 만화 수준의 음담패설이 패기 넘치는 만화로, 당연히 일본 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압력을 받아 연재 종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사실 나가이고의 대다수 만화가 외설적이고 과격해서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그렇다. (물론 나는 국딩시절 엄청 재밌게 봄)그리고 수십 년 후에 이번에는 일본 청년지에 연재했던 만화들에 큰 철퇴가 내려지는데, 그 계기는 학원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성적인 콘텐츠가 특히 문제가 됐다. 일본의 어머니회를 중심으로 불거진 이 사건으로 청년지에 연재했던 만화들도 수위에 따라 성인 딱지를 붙이며 판매와..
2025.04.29 -
토이팝, 보답 받는 기다림
아카트로닉스에서 보고 계속 마음에 담아뒀던 게임이었다. 남코에서 이런 게임도 만들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해 알아보다가 아카트로닉스 주인장의 포스팅에 이 게임이 버블보블과 같은 해에 릴리즈 됐고,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짝사랑을 하면서 이전에 히트한 게임의 남은 보드를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며 그 게임의 이름이 1983년에 남코에서 발매했던 리블라블이라는 미묘한 진실에 다가섰다.1983년에 발매된 게임의 기판이 남아서 그 기판의 재고 떨이를 위해 1986년에 게임을 만들었으니 기판의 성능이 충분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남코의 전작인 탱크 바탈리온의 소박한 게임성을 공유한다.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탱크로 바꿔도 아..
2025.04.05 -
스트라이더 비룡, 가슴에 돋는 기억을 칼로 자르고
1989년에 발매한 캡콤의 게임이다. 후지와라 토쿠로의 제1 개발부의 작품이었고, 대마계촌과 거의 동시에 개발한 것으로 보이며, 릴리즈 역시 대마계촌 다음 작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마계촌의 다음 시리즈인 슈퍼패미컴 초마계촌 제작에 스트라이더의 기믹이나 디자인이 많이 들어가 있다.영화 공부를 하던 디렉터, 코우이치 요츠이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영화같은 연출에 시원시원하고 자유도 높은 액션이 특징이다. 나는 이 게임을 처음 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속초 중앙 초등학교에서 중앙시장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편에는 어릴 적부터 오락실이 있었는데, 멀어서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다. 고교시절 시험 때문에 일찍 하교한 어느 날, 단짝 친구와 집까지 속초를 횡단하다 근처에서 분식을 먹고 들어갔었다.그즈음의 지방 오..
2025.04.04